나쁜놈들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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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장 재미있던 한국 영화중 하나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였다. 영화가 특별히 재미있었던 이유는 예전 어린아이의 눈으로 목격했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다시 재현했기 때문이다. 내가 초중고 학생으로 살았던 80-90년대는 정말로 <나쁜놈들 전성시대>였다. 조폭들만 나쁜놈이 아니었다. 영화에서 최민식이 그렸던 공무원, 경찰, 회사원들이 일상속에서 저지르는 자잘한 비리들은 그 시대엔 생활의 일부였다. 과속 단속에 걸리면 1만원짜리 한장 쥐어주는 것으로 넘어갔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맞고 돌아올때면 엄마들은 하얀 봉투를 책속에 꼬옥 넣어 건네야했다. 우리 동네에는 한국에서 그당시 샐러리맨으로 살았던 분들이 여럿 계시다. 이 분들의 샐러리맨 <활약상>들을 들을때면 흥미진진하다. 대기업 말단 사원을 불러 수백만원짜리 양복을 맞추어주던 하청업체의 접대와 고스톱판에서 잃어주는 돈으로 은근히 전달하던 뇌물 이야기등등. <그땐 참 모두들 나쁘게 살았지…> 이렇게 말끝을 흐리시는 추억담을 듣곤 한다.

대학교 버전의 <나쁜놈들 전성시대>역시 크게 다를바 없다. 용돈으로 나오는 몇십만원 월급을 고스란히 교수님에게 상납해야 했던 대학원생들 사이에선 다양한 <학교 전설>들이 구전되었다. 해외 연수를 가면 학생들의 여행경비를 압수해 가족의 동반 여행에 여비로 활용하던 사람도 있고, 연구 장비로 책정된 예산으로 본인 집 냉장고 산 교수의 이야기는 전설중 레전드였다. 신임 교수자리가 나오면 모집 요강의 내용까지 바꿔가며 자기 사람을 불러주고, 신임은 선배의 은혜가 고마워 교수 계급사회의 아래에서 묵묵히 선배 교수에게 프로젝트, 논문의 한자리를 상납하곤 했다. 계급의 맨 바닥에 깔려있는 대학원생은 자기가 쓴 논문의 앞자리 이름을 지도 교수에게 양보하면서 <내가 졸업만 해봐라 이쪽으로는 오줌도 안싼다> 다짐을 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조폭들에겐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면, 부패한 학교들에게 가해진 조치는 <규칙>과 <정량 평가>다. 교수를 임용할때 돈이 오가거나 선후배 끌어주기가 심하다는 지적에 <오케이, 그럼 신임교수 뽑을때나 교수 평가할때는 SCI 논문 갯수로만 합시다> 하면 깔끔한 승부가 이루어질거라 생각했다. 교수들이 연구비를 임의 전용한다면, <오케이, 그럼 연구 제안서에 회식비등 짜잘한 항목까지 정확하게 적게 하고 나중에 다 영수증을 검사합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찰과 검사가 활약했다면, 학교에는 이렇게 <규칙>과 <정량평가>라는 객관적인 감시자를 붙여놓았다. 국가에서 SCI라는 규칙을 정하니 학교들은 군말없이 잘 따른다. 아니 사실은 잘 따르는게 아니라, 새 규칙에 잘 적응해가는 것이다. 프로젝트 제안서에는 몇개의 SCI논문을 쓸것인가 약속해야 한다. 정교수로 승진하기 위해서 몇편 이상의 SCI 논문을 써내야 한다. 둘다 논문의 품질은 상관이 없다. 그게 이 바닥의 새로운 룰이니 최민식이 그랬듯 적응하는자가 살아남는다.

그런데 문제는 SCI 논문이라는 이 기준이 어떤 분야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전공하고 일하는 컴퓨터 과학 (혹은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SCI 논문으로 연구를 평가하는 것은 정말 <불 쉿>이다. 그냥 <불 쉿>이 아니고 진짜 큰 소의 <불 쉿>이다. SCI는 책으로 발간되는 논문집말고 컨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컴퓨터분야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대부분 컨퍼런스에서 발표한다. 단언컨데 컴퓨터 연구계의 <일진>들은 SCI로 분류되는 논문집에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 심사하는데 1-2년 소비하고 학회지에 논문이 출판되면 이미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버리고 마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보자. SOSP와 OSDI라는 두개의 학회는 운영체제, 시스템 분야에서는 넘사벽의 학회다. 매년 백편 이상의 논문이 제출되지만 약 20편 정도만 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다. 그렇게 논문을 제출해보기라도 하는 학교들이 보통 MIT, Berkeley, CMU 와 같은 곳들이고, 평범한 미국의 주립대학들은 사실 논문을 내 볼 엄두도 잘 못낸다. 두 학회에서 논문을 한편이라도 발표한 사람 만나면, 이 바닥에서는 형님대접 해드려야 한다. 미국의 아무 학교에 지원서를 내도 서류 심사에서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두 학회에 논문을 10편을 쓴 가공의 인물이 있다고 하고, 이 사람이 정신이 나갔는지 한국 학교의 교수 임용에 신청서를 냈다고 해보자. 하지만 이 사람은 SCI 점수가 0점이라 서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어디 아프리카에서 발행되는 학회지라도 SCI에 낸게 있는 사람보다 낮게 평가받는다. 이거 말고 더 큰 <불 쉿>이 어디있단 말인가?

나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중 2008년에 <슈퍼컴퓨팅> 컨퍼런스라는 곳에 논문을 냈다. OSDI, SOSP까지 수준은 아니지만 내 분야에서는 최고이고 컴퓨터과학계에 가장 유명한 컨퍼런스중 하나다. 그런데 소가 뒷걸음치다가 개구리 밟듯 운이 좋았는지 <최고논문상> 후보에 올랐다. 내공이 모자라 상은 받지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것만으로 자랑할만한 성과다. 컨퍼런스의 경쟁률이 5:1 정도 되고, 약 30개 논문중 4편이 후보에 올랐으니 40:1 정도의 경쟁이었을 것이다. 그 이듬해 한국에 갈일이 있어 모교에 들렀다. 예전 교수님을 만난 자리에서 그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던것 같다. 이런 대화가 오갔다.

나: <교수님 저 이번에 이런 논문 썼습니다…>
교수님: <응.. SCI를 써야 해.. 한국에 교수로 오고 싶으면 SCI를 써야지 아님 서류심사에서 통과를 못해>
나: <미국 학교들에선 SCI에 안내는거 아시잖아요…>
교수님: <으응..나도 알고 과에서도 알지.. 근데 규칙이야.. SCI를 써야 해..>

SCI도 쓰면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어떤 분야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과에서는 전혀 아니다. 허접한 SCI 학회지들에 일년에 몇개의 논문을 내기 위해선 <일진> 수준의 연구는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한다. <일진> 수준의 연구를 하기위해선 <일진>들이 노는 물에 가서 놀아야하는데 그 사람들은 SCI에서 놀지 않는다. 사실 미국의 컴퓨터과 교수들은 SCI라는 평가기준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졸업을 2년정도 앞둔 내게 선택은 <한국에서 교수하고 싶으면 타협하고 SCI 방식으로 연구하거나> <진짜 일진이 되고 싶으면 SCI는 무시하고 수준있는 학회들에 논문을 내거나> 둘중 하나였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게 옳다 여겼다. 주변에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똑똑해서 일진될 재목같았던 분들이 전자를 선택할때는 좀 안타까웠다.

내가 가장 <불쉿>이라고 느끼는 것은 <응 나도 알고 과에서도 알아. 근데 규칙이야> 이 대목이다. 몇해 후 모교를 방문해서 다른 교수님과도 대화를 나눴다. 나이 지긋하시고 학교에서도 파워 있으신 교수님 역시 같은 이야기 <자네 발표 잘 하던데…SCI는 좀 썼나?.. 나도 알고 과에서도 아는데…규칙이라서…>. 컴퓨터과의  얼마나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이 멍청한 규칙에 세계적인 연구자 되기를 포기해야하는지 모른다. 교수도 알고, 학교도 알고, 심지어는 교육계의 관료도 문제를 안다고 생각한다. 부패를 막으려고 만든 규칙이 독이 되어 개인과 시스템을 서서히 죽이는걸 알지만, <근데 규칙이라서…>를 위선적으로 대뇌어야 한다면 얼마나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이것이 단순히 학교 안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SCI 못지않은 초대형 불쉿 <공인인증서>를 보자. 1999년 막 인터넷이 한국에 보급되면서 제정된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수없는 국가 <공인인증서>. 본래는 처음 인터넷을 접하는 국민들에게 해커들의 헤꼬지를 막아주려한 선한 의도의 <규칙>이다. 지금껏 15년 세월이 지나는동안 인터넷 기술은 완전히 달라졌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인인증서 불쉿>을 외쳐왔는지 모른다. 공인인증서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수백만건의 개인정보는 유출되고 있다. 오히려  공인인증서의 본 의미도 모르는채 무조건 클릭하게끔 사람들을 적응시켜 보안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인터넷 회사들의 결제 과정에 등장해서는 사용자 경험(UX)을 똥칠해 버리지만, 법률이라 스타트업, 인터넷 기업들이 혁신할 기회가 없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원클릭>이라는 인터넷 상거래의 혁신으로 전 세계를 먹어가고 있는데도, 아무리 목이 터져라 <공인인증서 불쉿>이라고 외쳐대도 변화가 없다. 늘 되풀이된다. <공인인증서가 아닌건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근데 규칙이야>. 

법은 양심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 어쩔수 없이 발휘돼야 하는 필요악이다. 우리는 사회가 성장하면서 겪은 <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질린 나머지 <너도 알고, 나도 아닌걸 알지만 어쩔수 없는 규칙>의 노예로 살고 있다. 교수들의 양심을 믿고 SCI 규칙을 풀었다가는 학교들이 또 부정하게 신임 교수들을 뽑을까봐서. 교수들의 연구 관리를 자유롭게 풀어주면 또 세금으로 자기집 냉장고 살까봐. 국민의 인터넷 실력을 믿고 공인인증서 규칙을 풀었다가는 전부 해킹당할까봐서. 그래서 아무리 <불쉿><불쉿>대도 규칙을 풀지 않는다. 그 사이 학교와 인터넷은 세계에서 경쟁력을 잃어가지만, <나쁜놈들>의 기억이 얼마나 강력한지 좀체로 자유를 허락치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사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개개인은 훨씬 더 많이 발전했는지 모른다. 급격한 성장의 마약에 취해 한때 양심을 잊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나은 직업적 양심, 소명,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양심에 의한 자율이 다스리는 사회가 법치국가보다 훨씬 더 나은 곳이다.

박상민 / https://twitter.com/sm_park

번역: 스타트업 아이디어

아래의 글은 최근에  Paul Graham 의 에세이 Startup Idea를 읽고 감동받아 번역한 것입니다. 원본은 이곳에 있습니다: http://paulgraham.com/startupideas.html . 참고로 Paul Graham은 YCombinator를 시작해 Dropbox, Reddit, Airbnb등의 스타트업을 키워낸 대가입니다. 뛰어난 해커이기도 하고 특히 글을 아주 잘 써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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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최고의 방법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를 찾아내되 가능하면 당신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다.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세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솔루션이고, 그들 스스로 만들수 있으며, 다른이들이 가치있다고 여기지 않은 것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야후, 구글, 페이스북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시작됐다.

왜 당신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시작하는게 중요한가? 그것은 문제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얼핏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현재까지 거의 모든 스타트업들의 공통된 실수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이다 (역: 학계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쓸때도 마찬가지).

나 스스로 그런 실수를 경험했다. 1995년에 미술작품들을 온라인에서 전시하는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갤러리들은 온라인을 원하지 않았다. 미술 비지니스는 그런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나는 왜 6개월이나 이 어이없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낭비했을까? 내가 사용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머리속으로 상상한 미술 비지니스의 모델은 실제와는 달랐는데도, 그 모델을 구현하려 노력한 것이다. 내가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기 전까지 나는 내 모델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내 상상속의 세계, 그 모델에 나는 집착했고 엄청난 시간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투자했다. 세계는 내 작품을 원했어야만 했다!

왜 그럼 많은 창업자들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까? 시작할때부터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대단히 위험한데, 아이디어를 아예 못 만들어낸다면 모를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만들고 거기에 속아넘어가 열정을 쏟아붓는다.

YCombinator에서는 그런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창조형” 혹은 “시트콤” 아이디어라 부른다. tv쇼에서 배우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작가는 무언가 스타트업다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어렵다. 생각한다고 떠오르는게 아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얼핏 듣기에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만 실제론 가짜일 뿐이다.

예를들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소셜 네트웍을 생각해보자.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을것이다. 수백만의 애완 동물 키우는 사람이 있고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에 많은 돈을 써가며 정성을 기울인다. 당연히 사람들은 어딘가 온라인에 모여서 다른 애완동물 애호가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할 것이다. 그들중 단 2-3%만 사이트에 꾸준히 방문한다면 그것만으로 백만 이상의 사용자를  얻을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돈을 받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것이다.

이 뛰어난(사실은 위험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친구에게 간다고 생각해보자. 친구는 “절대 그런 서비스는 사용 안해!” 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래 어쩌면 언젠가 나도 그런 서비스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할 것이다. 회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듯해 보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당장 그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할거라고는 쉽게 상상한다. 모든 인구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단 한명의 사용자도 얻지 못한다.

우물

스타트업을 시작할때는 제품을 간절히 원하는 최소 몇명의 사용자가 꼭 필요하다. 언젠가 사용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고 지금 급하게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보통 이런 얼리아답터 사용자들은 숫자가 얼마 안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만일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데, 스타트업의 적은 자원으로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도 그런 제품은 이미 시장에 존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럼 타협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원하는 제품을 만들수도 있고,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많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수도 있다. 후자를 택해라. 모든 후자 타입이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성공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그런 타입이었다.

그래프를 한번 상상해보자. x축은 당신의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을 나타내고, y축은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나타낸다. y축을 거꾸로 놓으면 당신의 회사는 구멍과 같은 모양을 그릴 것이다. 구글은 아주 큰 구덩이였다. 수억명의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을 간절히 원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그만큼 큰 구덩이를 파내는건 힘들다. 당신에게 남은 선택은 그래서 두가지 모양의 구멍이다. 넓고 얕은 구멍 아니면 좁은데 깊은 마치 우물같은 모양 말이다 (역: 우물 모양은 적은 수의 사용자가 간절히 원하는 형상).

시트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보통 첫번째 타입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주 조금 애완동물 소셜네트워크를 원한다.

거의 모든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두번째 타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ltair에 올라가는 베이직을 만들때 그랬다. 당시 겨우 몇천명의 Altair 사용자가 있었지만 컴파일러 없이 그들은 머신 언어로 프로그래밍 해야 했다. 30년후 페이스북도 같은 모양이었다. 그들의 첫 사이트는 몇천명 안되는 하버드 학생이 대상이었지만 그 몇천명은 페이스북을 간절히 원했다.

당신이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렇게 질문해라: 누가 이것을 지금 원하는가? 누가 이것을 지금 간절히 원하기에 한 두 사람 스타트업이 만든 허접한 버전이라도 쓰려고 할까? 여기에 답할 수 없다면 아마도 그 아이디어는 별로인 것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사실 얼마나 우물이 좁은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우물의 깊이가 중요하다 (역: 얼마나 원하는가). 때로 우물이 좁은 이유는 적은 자원으로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처음에 우물은 좁기 마련이다. 실제 우물의 깊이와 좁은 정도는 연관성이 강력해서 만일 당신의 아이디어가 아주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면 그것은 좋은 사인이 된다.

그러나 우물과 같은 모양의 아이디어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다. 져커버그가 오로지 하버드 학생들에게만 먹히는 것을 만들었다면 그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은 작은 사용자 그룹에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는 경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버드에서 통하는 걸 만들었다면 어떤 대학교에서도 통할 것이다. 그럼 빠르게 대학교들로 서비스를 확장하면 된다. 모든 대학생들을 끌어들였다면 그 외의 일반인들은 오픈만 해주면 들어오게 되어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Altair를 위한 베이직. 다른 컴퓨터를 위한 베이직. 베이직 말고 다른 언어들. 운영체제. 어플리케이션. 주식 상장.

당신 자신

그럼 초기 아이디어에서 확장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어떻게 알까? 어떤 아이디어가 거대한 회사의 dna를 가졌는지 아니면 그저 작은 마켓에 머무르게 될지 알 수 있을까? 보통 이 대답은 어렵다. Airbnb의 창업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큰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지 몰랐다 (역: Airbnb는 공유 경제의 시작). 처음에 그들은 더 작은 아이디어로 컨벤션 센터에서 호스트들이 전시장 공간을 렌트하는 서비스에서 시작했다.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확장될런지 그들은 몰랐다. 자연스레 확장된 것 뿐이다. 그들이 처음에 알았던 유일한 사실은 그들이 가능성있는 무언가를 잡고있다는 느낌 뿐. 빌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어떤때는 초기의 작은 성공에서 퍼져나갈 경로가 있는지 확연히 보일때가 있다. 종종 나는 다른 사람들이 포착 못하는 경로를 볼 때가 많다. 그게 YCombinator의 특기중 하나다. 하지만 아무리 경력이 많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제일 중요한 점은 그래서 처음 아이디어에서 퍼져 나가는 성장 경로의 여부는 알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럼 아이디어의 확장 여부를 예측 못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중 어떻게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실망스럽지만 또 한편 흥미롭다: 당신이 적합한 사람이라면, 당신에게는 그 아이디어를 찾아낼 감각이 있다. 당신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의 최 선봉에 서있는데, 어떤 아이디어가 가치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게  맞을 가능성이 많다.

“오토바이 관리와 명상” 이라는 책에서 Robert Pirsig은 이야기 하기를:

“페인팅을 최고로 잘 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까? 쉽습니다.
먼저 최고가 되고, 그 다음 자연스럽게 칠하면 됩니다.”

고등학교에서 이 대목을 접한 이후 계속 궁금했다. 그게 페인팅에 얼마나 적합한 조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설명하는 상황엔 잘 맞아 떨어진다. 경험적으로 볼때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은 그런 것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최첨단에 있다는 것은 꼭 기술을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용자로서 최첨단에 서 있을 수 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은 그가 프로그래머여서라기 보다는 컴퓨터를 워낙에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랬다. 2004년 당시 40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인터넷에 반 공개적으로 포스팅 하면 어떨지 묻는다면 대부분 기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이미 온라인에서 살고 있어서 그 아이디어는 자연스러웠다.

Paul Buchheit는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서있는 사람은 “미래에 산다” 고 이야기 했다. 이 말을 Pirsig의 말과 합하면 이렇게 요약할수 있다.

“미래에 살아라 그리고 비어있는 것을 채워라”

이것이 현재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의 시작 방식이다. 애플, 야후, 구글, 페이스북 모두 처음엔 큰 회사가 될지 상상 못했다. 모두 창업자들이 그 당시에 비어있다고 생각한 공간을 채운 결과물이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처음 아이디어를 얻은 방식을 보면, 그들의 준비된 마인드를 어떤 외부의 자극이 때려서 얻은 것이 많다. 빌게이츠와 폴엘런은 Altair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우리가 베이직 컴파일러를 만들수 있을걸?” 생각했다. Drew Houston는 (Dropbox 창업자) USB 스틱을 자주 잃어 버린 후에 “내 파일들을 온라인에 모두 올려놔야겠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경험들이 창업자들을 미리 준비시켰기에 외부의 자극을 받았을때 기회를 포착하는게 가능했던 것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할때 써야 할 동사는 “생각해내기”가 아니라 “발견하기(알아채기)” 이다. YCombinator에서는 그런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해서 “올개닉” 아이디어라 부른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아마도 당신이 듣고 싶어한 대답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어떤 레서피를 기대했을텐데, 나는 올바른 방식으로 준비된 마인드를 갖는게 핵심이라고 이야기 하니까. 실망스럽더라도 그게 진리다. 어떤 면에선 그게 레서피다. 다만 한주에 생각해내기 보다는 일년이 넘게 걸리는 레서피일 뿐이다.

당신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첨단에 서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예를들어 적당히 똑똑한 사람이라면 1년정도 시간을 투자해 프로그래밍의 최첨단에 서 있을수 있다 (모바일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최소 3-5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면 1년 정도 준비하는건 큰 투자가 아닐것이다. 특히 공동 창업자를 찾고 있다면.

최첨단에 서기위해 프로그래밍을 꼭 배울 필요는 없다. 다른 분야도 빠르게 변하니까. 해킹(코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몇십년 미래를 보았을때 충분한 툴이 될 것이다. 마크 엔드리슨이 이야기했듯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고 몇십년간 이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해킹 할줄 안다는 것 (역: 해킹=코딩)은 아이디어가 생겼을때 구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게 아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잇점이 된다. 당신이 대학교 페이스북을 온라인에 올리는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면 코딩이 가능한 것은 사실 큰 잇점이다. 그저 “그거 괜찮은 아이디어네” 생각하기 보다 “오늘 밤에 초기버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유리하다. 당신이 프로그래머면서 동시에 사용자라면 그건 더 유리하다. 새 버전을 만드는 것과 사용자 측면에서 테스트 하는것이 한 두뇌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알아채기

어떤 형태로든 미래에 살고 있다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알아채는 것은 비어있는 공간을 찾는 것과 같다. 빠르게 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다면 확연히 비어있는 어떤 것을 발견 할 것이다. 그런데 확실하지 않은 한가지는 비어있는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을때는 단지 “뭐가 비어있지?” 라는 필터를 켜놓는 것 뿐 아니라 다른 필터들을 모두 꺼버리는 게 필요하다. 특히 “이게 큰 회사가 될까?” 이런 필터는 나중에 충분히 걱정할 시간이 있다. 초기에 그런 생각을 한다면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필터링 해버릴 뿐 아니라, 별로인 아이디어에 집중하게끔 만든다.

비어있는 어떤 것들을 보는 것엔 시간이 걸린다. 자신에게 거의 속임수를 걸어야 주변에 있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아이디어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질문(아이디어가 과연 있을까?)엔 언제나 명확한 답이 있다. 오늘이 기술의 진보가 멈추는 바로 그날 이라고 생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확신컨데 사람들은 다음 몇년간 새로운 것들을 만들 것이고 당신은 몇년후 “제품 x가 없을땐 어떻게 살았지?” 물을 것이다.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 후에 과거를 돌아보면 너무나 당연해보일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그런 아이디어를 못보게끔 만드는 필터들을 모두 꺼버리는 것이다. 그런 나쁜 필터중 가장 강력한 것은 현재의 세계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우리중 가장 진보적이고 오픈마인드인 사람조차도 자주 그런다.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질문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없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찾으려한다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면서 얻는 효율을 희생해야 하고 질문하기 시작해야 한다. 예컨데, 왜 당신의 이메일 인박스는 늘 차고 넘치는가? 이메일을 정말 많이 받으니까? 아니면 이메일을 지우기가 힘드니까? 왜 그럼 이메일을 그렇게 많이 받는가? 사람들은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당신에게 이메일을 그렇게 보내는가? 이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법은 없나? 왜 이메일을 인박스에서 꺼내기 어려운가? 왜 이메일을 읽은 후에도 남겨 놓는가? 이메일 인박스가 정말 최적의 툴인가?

당신을 괴롭히는 것들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라. 현재 기술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지금 인생이 효율적이고 편안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50년후에 우리가 사용할 어떤 것들을 모두 알고 있는데 지금 그것들이 주위에 없다면 현재의 날들은 아주 불편할 것이다. 한번 타임머신을 타고 50년전으로 돌아갔다고 상상해 보라. 어떤 것들이 당신을 짜증나게 한다면, 당신이 미래를 살고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적절한 문제를 찾았다면, 그 문제는 (최소한 자신에게) 아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Viaweb 을 시작했을때 모든 인터넷 상점들의 사이트는 웹디자이너들이 하나 하나 HTML페이지를 써서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그 당시 그런 사이트의 HTML을 소프트웨어로 자동 생성해야 한다는게 너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을 찾는 문제다. 좀 이상하게 들리는 이 프로세스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당신은 아주 당연한것을 찾으려 하는데, 그것을 아직 본적은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좀 더 느슨하게 오픈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직접적인 공격 (즉 앉아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 애쓰는것) 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마 최고의 전략은 그저 백그라운드 프로세스가 돌아가게 하고, 비어있는 것같은 어떤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호기심으로 그저 어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보려 노력해라. 하지만 또 하나의 당신을 백그라운드에 세우고 어깨 너머에 비어있는 것, 이상한 것들을 기록하게 하라.

자신에게 시간을 좀 주어라. 얼마나 빨리 자신의 마인드를 준비시키는가 여부는 당신에게 달려있지만 아이디어를 터뜨리는 외부의 자극은 당신 손에 달려있지 않다. 빌게이츠와 폴알렌이 한달안에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려 했다고 치자. 만일 그 한달안에 Altair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덜 성공적인 아이디어에 매달렸을 것이다. Dropbox를 만든 Drew Houston은 Dropbox전에 별 가능성이 없던 SAT 준비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Dropbox는 시장성에서 그리고 그의 기술력에 있어서도 훨씬 더 나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디어를 발견하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방법은 뭔가 쿨해보이는 프로젝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것들을 만들게끔 되어있다. 현재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 만드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으니까.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짜내려 애쓰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를 낳기 마련이다. 대신 “장난감”이라 치부되는 것들을 만들다보면 종종 좋은 것들이 나온다. 장난감이라 불리는 것들은 사실 “중요하다”는 점 빼고는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모든 것들을 갖고 있다. 쿨하고 사용자들이 좋아한다. 그냥 중요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당신이 미래에 살고 있고, 쿨한 어떤것을 만들어 사용자들이 좋아한다면 다른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일수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이크로컴퓨터를 만들때 그건 사실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 당시 시대를 기억한다면 마이크로컴퓨터를 갖고있던 사람들을 “취미그룹, 동호회” 라 불렀던 것을 알 것이다. BackRub (구글의 스탠포드 시절 서버)은 별 의미없는 과학 프로젝트처럼 보였다. 페이스북은 학부생들이 다른 아이들 스토킹하는 사이트에 불과했다.

YCombinator에서 일하다보면, 전문가 포럼에서 “장난감”이라 무시하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만날때 늘 흥분된다. 우리에겐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증거가 된다.

당신이 스타트업에 대해 좀 더 긴 플랜을 가질 수 있으면 (아마 빠르게 쥐어짜기 식으로는 사실 불가능할 것이다), “미래에 살고 비어있는 것을 채워라” 이 구절을 이렇게 더 나은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

“미래에 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만들어라”

장관님, 코딩은 좀 하십니까?

창조의 추억

창조경제부가 위기다. 큰 누님 등극후 언론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그들이 “진상의 거인” 윤창중에 의해 아웃오브안중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쩌면 언론의 관심에서 잠시 벗어난 지금 어디 다같이 MT라도 가셔서 SW 공부, 코딩 공부라도 다시 하는 일은 당연히 상상할 수 없겠다. 창조경제부의 수장 “최문기” 장관님.. 처음 이름을 들었을때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높은분 내가 알리가 없는데… 얼마전 그의 프로필을 훑어 보다가 내겐 잊을수 없는 단어를 발견했다.

2001.10 : 그리드포럼코리아 의장”, “ICU 그리드미들웨어연구센터 최문기 소장”

아 그분은 내가 10년을 연구했던 그리드 컴퓨팅의 한국내 최고 책임자셨구나. 그래서 내가 그 이름이 친숙했구나. 이거 참 너무 반가워서 블로그를 안할 수가 없다. 기대하시라!

그리드 컴퓨팅. 10년전 SW 최고 핫 이슈! 이곳저곳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연동해 하나의 컴퓨터처럼 공유한다는게 비전이었고, 미국에선 제 2의 인터넷이라 불리며 정부에서 몇천억을 학교에 뿌려주던 그런 프로젝이다. 미국 따라하기 좋아하는 우리 역시 참여정부 출범직후 수백억을 학교에 하사한다. 창조의 역군 최문기님이 그 프로젝의 리더였다.

때는 2002년, 석사 1학년 “꼬꼬마”였던 나는 우연히 그리드 컴퓨팅에 발을 들였다. 수많은 논문을 읽으며, 나 역시 서양것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진짜” 그리드 시스템 — 여러개의 학교, 연구소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 을 만들고 싶었다. 상상하니 신이났고, 또 하면 할수 있을것 같았다 (이게 꼬꼬마의 문제다). 두가지가 관건이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전국의 클러스터 컴퓨터를 모으는 것.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happened

아, 이제 막 학부 졸업한 꼬꼬마도 맘먹으니까 되는구나 그때 알았다. 몇달간 밤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국의 몇개 학교 대학원생에게 클러스터를 사용해도 될지 이메일을 돌렸다. 과부사정 홀애비가 잘안다고 그들은 너그러웠고, 몇몇은 root 패스워드를 가르쳐주는 과잉친절까지 보였다. ‘이렇게 진짜 그리드 테스트베드가 생기는구나’, 그게 참 신이났다. 당시 채팅으로 열정을 나누던 타학교 학생들을 신촌까지 찾아가 만나고, 맥주마시며 신나게 연구 이야기를 하던 기억이 아련하다. 결과적으로 그 당시 꽤 잘나가던 국제 학회에 논문을 집어넣고 채택되는 행운을 얻는다. 사실 아이디어는 구닥다리였지만 아시아에서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실제 그리드를 만들어 실험했다는 그 사실이 서양것들에겐 신기했다. 자랑같지만 실제 한국에서 그리드를 만들어서 논문 채택된 것은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연구하던 2년내내 그리드의 변방에 머물렀다. 내 연구결과를 가지고 교수님이 제안서를 썼고, 돈 얻으러 발표 다녀오신후 한마디: “어 그거 안됐어…거기 될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다 알더라고…”. 그리드 포럼 코리아, 창조의 역군께서 의장으로 계시던 그곳은 이미 네트웍이 단단해서 나같은 변방 학교 꼬꼬마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내가 논문을 어디에 냈건, 어설프지만 테스트베드를 만들었건 그게 큰 상관은 없었다. 그 분들은 이미 뛰어난 플랜을 가지고 계신 한국에서(만) 알아주던 전문가 들이니까. 2년간 그래서 좀 외롭게 연구하다가 미국에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클라우드 회사에서 같은것을 만들고 있고.

그럼 정부의 돈을 다 빨아간 “그리드 포럼 코리아” 이 분들은 몇년간 무슨 일을 하셨을까? 처음엔 제법 서양것들처럼 조직을 만들었다. 포럼, 워킹 그룹, 리서치 그룹 등등. 회의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분들은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비전을 담은 그림, 연간 계획도, 기술스택, 담당기관 연락처등등.. 몇년간 계획세우고, 그림그리고 발표하고…

그렇게 끝났다. 몇년 후 이젠 “유비쿼터스”가 대세라고 정부가 방향을 트니 예산이 사라졌고, 포럼의 교수들, 기관들 다 그쪽으로 돌아섰다. 나랏님이, 그 돈받는 교수님이 이제 유비쿼터스 하라시니 대학원생들은 별수가 없다.

yesyes

몇년간 수백억 세금을 들인 사업에 남은 건 파워포인트와 그림들 뿐이다. 코드도 남지 않고, 사람도 남지 않았다. 허무한 그림만 여러개 구글 이미지 캐쉬에 남아있다. 아래는 당시 최문기 장관의 인터뷰 기사다.

“한때 ETRI에서 연구열정을 불사르기도 했던 최 소장은 “오는 2010년께는 지금보다 1만배 빠른 인터넷이 일상생활에 활용될 전망”이라며 “미들웨어 연구는 향후 예상되는 인터넷 트래픽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산·학·연 컨소시엄을 활용한 공동연구로 미들웨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석박사급 인력을 향후 4년간 50명 정도 배출할 계획이다.”

묻고 싶다. 약속했던 미들웨어 분야 코드는 어딨습니까? 전문인력 50명? 난 그동안 한 사람도 못 보았는뎁쇼?

관료의 나라

우리는 관료의 나라다. 최문기 장관도, “기가 코리아”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그 아래 윤종록 차관도 모두 한때 엔지니어였다. 언론은 그들이 한때 우리처럼 코딩하던, 그래서 현장감있는  새시대의 일꾼이라 칭찬하지만, 내가 경험한 그들은 모두 “관료”일뿐이다. 돈이 있는 곳에, 인기가 있는 곳은 제일 먼저 달려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 팝송을 번역해 부르는 것처럼 미국의 인기 기술, 그 호사스런 미래상을 소개하는 사람들. 파워포인트에 미래상을 그려주면, 언젠가 진짜 엔지니어, 해커들이 그것을 이루어 줄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들. 그림만 그려대는 사람들, 그들은 관료다.

Licklider와 Arpanet

J._C._R._Licklider

J.C.R. Licklider (http://en.wikipedia.org/wiki/J._C._R._Licklider). 20세기를 살았던 이상한 이력의 소유자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하버드와 MIT에서 교수를 하다가 60년대 처음 컴퓨터를 만난다. 그리고 쉴세없이 빠져들어가 심리학자가 코딩을 시작한다.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기계어를 직접 넣어야하는 어려운 코딩말이다. 컴퓨터에서 미래를 본 그는 교수 생활을 접고 BBN이라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간다. 음향전문회사인 BBN을 설득해 비지니스에 아무 상관없는 컴퓨터를 구입하고, 몇명의 해커를 고용해 컴퓨터 부서를 만든다. 그는 곧 미 국방부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 ARPA에 들어가 스스로 “공무원”이 된다. 그리고 두개의 프로젝을 시작한다. 프로젝과 시작 동기는 이렇다.

  • MIT의 프로젝트 MAC: 그는 코딩을 하던중 비싸고 큰 컴퓨터를 혼자만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임을 깨닫는다. 한대의 컴퓨터에 여러명이 접속해서 공유할때 컴퓨터의 진짜 가능성이 실현된다고 믿었다. 프로젝트 MAC은 처음으로 time sharing을 구현했다.
  • ARPANet: ARPA의 사무실에는 여러개의 국방부소속 컴퓨터 터미널이 놓여있다. 여러개의 모니터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불편해, 컴퓨터들이 서로 네트웍에 연결되면 얼마나 편할까 상상한다. 그리고 대학들을 네트웍으로 연결하는 프로젝을 시작한다.

프로젝트 MAC에서는 훗날 유닉스와, C 언어, 그리고 넓게 봐서는 리눅스가 나왔다. ARPANET은 네개의 미국 대학 컴퓨터를 연결해 인터넷의 전신 패킷네트웍을 만들었고, 그 핵심기술인 IMP(라우터)는 BBN에서 Licklider가 심어놓은 해커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TCP/IP의 아버지 Vint Cerf가 그의 프로젝 펀드로 연구하던 꼬꼬마 대학원생이다.

코딩하던 공무원은 Licklider 혼자가 아니다. 어느날  ARPA의 디렉터와 그 아래 ARPANET 책임자 사이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ARPA 디렉터: “너희 ARPANET에서 만든 이메일을 쓰니까 정말 편하더라. 근데 난 이메일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거 관리하는게 정말 불편해…ㅠㅠ”
며칠후 ARPANET 디렉터: “내가 이메일 관리 코드를 짜봤어 한번 써봐.”

이렇게 세계 최초의 이메일 관리 프로그램을 고위 공무원이 만들었다. 그리고 그 코드는 곧 ARPANET 유저사이에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된다.

마무리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에서 외치는 구호에 학교들이 화답한다: “그리드”, “유비쿼터스”, “월드클래스 유니버시티”, 이제는 “창조경제”. 우리에게 더이상 큰 그림 그리는 사람은 필요 없다. 언론에 떠들어댄 몇조원 경제 효과, 수백명의 전문가 양성, 이제는 주워남을 수 없는 그 약속들이 부끄럽지는 않은가? “장관님, 차관님 코딩을 좀 하십니까? ” 물으면 아마 속으로 ‘내가 이 나이에, 이 자리에 그짓을 왜..?’ 묻겠지..하지만 우리에겐 해커의 심성을 지닌 사람, 즉 문제가 왜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절실하다. 문제를 정말 사랑하고, 그 본질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창조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한때는 나와같은 엔지니어, 해커의 길을 걷던 “동지” 높은분들께 이렇게 묻고싶다.

brother

“어이 부라더, 너 만에 하나 내가 C코드 짜라하면 그거 감당할 수 있긋냐?”

대답을 제대로 못할 시 연변 너드들이 찾아갈지도 모른다.

yeonbyon

— 박상민 https://twitter.com/sm_park

영웅 없는 나라

1. 들어가며
바야흐로 소프트웨어 시대가 도래했다.
벤처붐 빵 터질때 쌈짓돈 탈탈 털어서 투자한 국민을 울렸던 그 소프트웨어, 그 얄미운 것이 이제 다시 이 나라의 희망으로 멋지게 컴백한 것이다.
1999년 당시 대학 2학년이던 나는 조그만 벤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 했는데, 딱히 기술도 없던 회사가 신문에 광고 한번으로 투자금 10억을 모았다. 곧 200평은 족히 되는 사무실을 임대해 이사했고, 회사 임직원은 뜨거운 마음으로 밤낮없이 일해 그 돈을 다 날렸다. 그 당시 내가 일했던 그 회사 같은 곳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생히 기억난다. 오죽했으면 그때 최고 신랑감 1위가 벤처사업가 였겠는가?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35위쯤 된다고 한다. 34위가 광부라고 하던가 배 있는 어부 (36위-배없는 어부) 라던가? 아무튼 그리 화려했던 그 회사들은 이제 구글로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부는 소프트웨어 바람은 양상이 다르다. 국민들의 기대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쏠려있다. 즉 “우리 뒤통수 친 구글좀 혼내줘!”, 이런 화려한 복수극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언론들은 이런 기사들을 주구장창 내보내고 있다.

“삼성에 대한 걱정에 송구, OS문제 걱정 안해도 돼… 바다도 있고 리눅스 기반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곧 나와” – 최지성 부회장 [1]

염려하는 우리를 달래기 위한 그분들의 배려는 곧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인력 2만명에 달함” [1] 혹은 “소프트웨어 인력 따로 선발” [2] 등의 기사에 구구절절 드러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통일을 노리던 구글은 이제 큰일이다. 중공군이 바글바글 압록강 건너듯  “2만+α” 의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구글을 다시 밀어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컴퓨터학과 학생들에겐 좋은 세상이다. 그들은 이제 삼성의 +α 인재들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수만명 인재들이 만들어낼 제 2의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를 생각하니 너무 흥분돼 키보드 치는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린다.

2. 실리콘밸리의 영웅들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영웅의 역사다. 실리콘밸리의 영웅은 자본과 인재로 넘치는 큰 조직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시대 관점에서는 아웃라이어 (outlier) 인 사람이나 기술이,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에 영웅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즉 구글이 웹 패러다임의 영웅이 되었듯).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역사를 바꾸었던 소프트웨어 기술과 회사들은 항상 이런 패턴으로 발전했다.

  1. 본업 (학교/회사)이 따로 있는 프로그래머 A가 잉여짓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참조 3]
  2.  A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큰 조직(회사)에 알린다. 윗분에게 뻘짓 했다는 소리만 듣는다.
  3. A는 조직 밖 대중에게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4. 투자자들의 눈에 띄어 투자를 받는다. A는 마음맞는 프로그래머들을 뽑아 제대로 회사를 시작한다.

위의 기본 공식에 몇가지 사례를 한번 대입해 보자.

  •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포드에서 박사 논문 준비중 떠오른 검색 알고리즘 Page Rank를 구현하기 시작한다. 본업인 박사 논문은 뒷전이다 (1 만족). 구현된 프로그램을 그 당시 잘 나가던 야후! 의 임원진(창업자 제리양이 스탠포드 선배)에게 보여주고 거래를 제의한다. 야후는 포털인데 검색기능이 너무 훌륭하면 사람들이 금방 포털에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한다고 생각해 거래를 거절한다 (2 만족). 래리와 세르게이는 아이디어가 팔리지 않아 결국 자신의 기숙사 컴퓨터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3 만족).  곧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등 몇사람으로 부터 100만불 투자를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4 만족). [참조 4]

  • HP에서 일하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Atari 라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스티브 잡스는, 원시 PC Altair 에 매혹된 동호회 모임 Home Brew Computer Club (집에서 만든 컴퓨터 클럽) 의 다른 회원들에게 자랑할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1 만족). 워즈니악의 세련된 디자인에 동호회 사람들은 감동하고 (3 만족) 이에 확신을 얻은 잡스는 아직 HP를 떠나지 않은 워즈니악을 설득해 회사를 설립한다. Markkula라는 동네 부자가 2억 5천만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잡스의 집 차고에서 애플 PC를 만들기 시작한다 (4 만족) [참조 5].

  • 빌게이츠와 폴앨런 역시 하버드 신입생 시절 Altair PC에 매료되어, 본업이었던 수업에 나가지 않고 BASIC 컴파일러를 만든다 (1 만족). 그의 BASIC 컴파일러는 곧 위에 언급한 Home brew computer club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게 된다 (3 만족).  게이츠는 타고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그 원시적인 BASIC 컴파일러로 돈을 벌고, 곧 IBM과 DOS 계약을 체결해 따로 투자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궤도에 올린다 (4 만족) [참조 5]. 참고로 갓 21살 빌게이츠가 클럽 사람들에게 자기 소프트웨어는 돈 내고 쓰라고 공개 편지를 쓴 사건은 오픈소스와 독점소스의 역사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http://g-ecx.images-amazon.com/images/G/01/books/orly/GatesLetter.pdf).

  • 지금 우리 회사 (Eucalyptus systems) 도 정확히 이 패턴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UC 산타바바라에서 교수(Rich Wolski)와 대학원생, 포닥으로 이루어진 6명은  본업인 논문은 안쓰고 몇달간 아마존 클라우드를 오픈소스로 구현하기 시작한다 (1 만족). 이 소식을 접한 옛날 그리드 컴퓨팅 사람들 (시카고의 Ian Foster등)은 클라우드는 그리드랑 똑같으니 뻘짓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2 만족). 간신히 초기 버전을 만들어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곧 수천번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다 (3 만족). 이어서 바로 몇개의 투자 회사(VC) 들이 250억 이상을 투자하고 현재는 60여명 정도의 직원으로 성장한다 (4 만족).

나는 위의 기본 템플릿에 실리콘밸리의 영웅들과 혁신적 기술을 대부분 때려 맞출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의 조직 (학교/회사)에서 받아들일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든 아웃라이어 (outlier) 해커들은 IT의 큰 패러다임 변화 (PC, 웹, 클라우드) 속에서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국을 10여년 세우고 나면, 또 새로운 영웅들이 위의 템플릿에 맞추어 등장하고, 기존 영웅들을 역사속으로 보내버린다.

3. 왜 꼭 영웅인가?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지배하고 성장시킨다. 주변에서 조언해주는 어른들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비전에 따라 회사의 흥망 성사가 결정된다. 쥬커버그가 이제 만 26살 이지만 페이스북 가치는 삼성의 100조원 시가총액에 가깝게 평가받는다. 지구를 한동안 지배한것 같은 구글의 레리와 세르게이는 이제 갓 30대 후반이다. 우리의 기업 조직 — 5,60대 임원들의 지휘하에 40대 부장, 30대 과장, 그리고 20대 일꾼들 — 은 새마을 운동 시절부터 변함이 없지만, 실리콘밸리는 젊은 영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컨셉”에 의해 재편된다. 이는 창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소프트웨어들은 한, 두 명의 핵심 해커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Unix와 C언어는 켄 톰슨, 데니스 리치 두 사람이 개발했다. Java 언어는 제임스 고슬링 혼자 만들었고 리눅스는 리누스 토발즈가, TCP/IP는 빈트 서프와 로버트 칸 이 만들었다. 물론 후에는 여러 엔지니어가 참여해서 개발을 돕지만, 여전히 기술을 지배하는 건 소프트웨어 영웅들이다. 예를 들어 리누스 토발즈는 지금도 리눅스 커널에 모듈을 추가할지 여부에 대해 100% 독재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를 이렇게 소개하기도 했다: “My name is Linus Torvalds and I am your god [6]”)

나는 이러한 인물 중심적인 발전은 소프트웨어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룩스는 그의 베스트셀러 The Mythical Man-month에서 끊임없이 “개념의 일관성 (Conceptual Integrity)” 을 강조했다. 즉 아무리 큰 규모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단 한명만 소프트웨어를 디자인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예를 스티브 잡스를 통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로지 그의 감각에 의해 디자인되는 애플 제품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분을 하나? (너무 흥분해서 싸우기도 잘한다) 빌게이츠가 MS의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자리에서 물러나기전 레이 오지라는 천재 SW 디자이너를 그 자리에 앉히려고 아예 그의 회사를 사 버린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8]. 그마저 떠나고  “MBA 경영인” 스티브 발머가 이끄는 MS는 지금 얼마나 많이 헤매고 있나? 구글의 역사를 다룬 책 “In the plex” [4] 에서는 CEO 에릭 슈미츠 (그 자신도 Lex를 만든 유명한 SW 엔지니어) 뒤에 가려진듯 했던 레리와 세르게이가 핵심 제품들 디자인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글의 심플한 디자인과 “I’m feeling lucky” 버튼은 레리의 고집, 곧 “개념의 일관성”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밑바닥 해커에서 시작한 영웅의 비전이 신개념을 창조하고, 그의 독점적 지배하에 개념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1998년 구글 홈페이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실리콘밸리는 그래서 영웅의 흥망성쇠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나 같은 범인 프로그래머들은 영웅이 창조해 낸 새로운 시대를 따라갈 뿐이다. 운이든, 안목이든 조금이라도 빨리 영웅의 스타트업에 몸을 담는 사람은 평생 그 혜택을 누릴수 있다. 구글에서 마사지해주던 안마사는 지금 넓은 저택에서 안마 받으며 살고 있다. 아래 그림처럼 새 영웅 쥬커버그의 도래에 실리콘밸리의 재능들은 그의 영지 페이스북으로 몸을 맡기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주식 상장 하는 날에 일찍 주군을 모신 사람들은 포르쉐 매장으로 향하는 거다.


출처: http://www.fastcodesign.com/1664037/infographic-of-the-day-facebook-is-winning-silicon-valleys-talent-war

4. 결론
우리 소프트웨어 영웅은 그럼 누군가? 1938년 창업한 삼성그룹의 오너가 영웅이라면, 그 영웅은 좀 너무 쉬어버린것 아닌가? 거기서 조직을 관리한 임원들을 영웅으로 모시기에는 그분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철학 부재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예: 2만+α 양병론). 벤처붐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 (NHN, 다음 등), 그곳의 영웅들은 여전히 해커의 통찰력과 개념의 일관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 그랬으면 네이버 검색의 품질이 훨씬 좋았겠지? 나는 실리콘밸리 해커들의 전설이야기에 매일 흥분하는데, 그 이름이 하도 많아 외울 수 조차 없다. 한국의 전설적인 해커는 그 이름을 들은적이 없으니 외울수가 없다.

영웅이 없는데 “2만+α” 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와 기업의 잘 관리된 조직과 플랜에 따라 척척척 “한국형 안드로이드”, “한국형 클라우드”, “한국형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겠지? 해커가 밑바닥부터 일구어낸 개념의 일관성 (Conceptual Integrity)보다는 임원단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체계가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들어 낸다면 나는 그 날로 우리 아버지 시골집에 내려가 소나 키우련다.

끝으로 나는 10여년전의 벤처 바람이, 그런 광풍까지는 아니어도 다시 훈풍으로 불길 바란다. 그때 크게 데이신 분들이 눈살을 찌푸릴지 몰라도, 한번 더 우리의 잉여력을 믿어주고 부동산으로 돌아갈 돈이 소프트웨어 영웅들의 손에 쥐어졌으면 한다. 우리가운데 영웅은 분명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박상민 http://twitter.com/#!/sm_park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03/2011090300287.html
[2] http://media.daum.net/cplist/view.html?cateid=1006&cpid=129&newsid=20110901110341745&p=seouleconomy
[3] https://sangminpark.wordpress.com/2011/08/23/%EC%86%8C%ED%94%84%ED%8A%B8%EC%9B%A8%EC%96%B4-%EC%9E%89%EC%97%AC%EC%99%80-%EA%B3%B5%ED%8F%AC/
[4]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by Steven Levy
[5]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http://www.yes24.com/24/goods/2256?scode=032&srank=16
[6] Just for Fun: The Story of an Accidental Revolutionary, by Linus Torvalds and David Diamond
[7] The Mythical Man-Month, by Fred Brooks
[8] http://news.cnet.com/Microsoft-to-buy-Groove-Networks/2100-1014_3-5608063.html

소프트웨어, 실무형 인재의 신화

1. 들어가며
며칠전 쓴  “소프트웨어, 잉여와 공포”, 이 글이 생각보다 흥해서 충격을 받았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에서 일은 안하고 방문자수를 체크하며 혼자 흐뭇해 하는 저질스러운 나를 발견했다. 흥한 글 다음에 망글을 쓰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에, 좀 더 좋은 주제가 생각나면 써야지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읽게 됐다:  “SW 실무 인재 직접 양성”…NHN ‘SW 아카데미’ 설립. 마음에 타오르는걸 꼭 써야할것 같아 어쩔수 없이 키보드 앞에 앉았다 (솔직히 재미없을까봐 두렵다).

예상되듯, 국내의 큰 포털회사가 실무와 동떨어진 대학 커리큘럼에 실망해 직접 큰 규모의 SW학원 (어쩜 학교일지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이 언론을 통해 자주 이야기 하던 그것인 듯 하다 (더 글을 쓰기전 이점을 밝혀두고 싶다: 나는 삼성이나 타 IT기업에 전혀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선후배, 친구들이 많이 그곳에서 일하니까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글에서 삼성은 특정 회사를 지칭하기 보다 한국의 대기업 전체를 지칭한다고 보는게 좋겠다).

“요즘 졸업생들은 실무 교육이 너무 안돼 있다. 다시 재교육을 시켜야 하는데…(짜증난다). 학교들아, 좀 제대로 가르쳐라”

물론 호통만 치는게 아니라 학교들에 돈을 좀 쥐어주고 졸업생 취업을 보장하는 등의 당근을 제공한다. 학교는 이에 맞추어 커리큘럼을 “삼성형 인재” 개발로 최적화 하는 패키지로 보답한다. 이 스토리엔 삼성취업 xx% 라는 문구에 따라 변하는 입학생 수능점수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존심 굽히는 학교의 애잔함이 녹아있다.

교육덜된 학생에게 호통치는 삼성은 개인적으로도 경험했다. 작년 영원할것 같던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삼성 계열사에 면접을 본적 있다 (해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밝히자면 면접보자고 연락을 먼저 해왔다). 먼 도시까지 달려가 임원 면접이라는 것을 보게됐는데, 이런 상황이 연출됐다:

막내 대리 : (생글 생글) 박사님 연구 방향을 좀 소개해 주시죠?
나: (짐짓 태연) 네 저는 가상화 어쩌고, 운영체제 어쩌고, …., 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잘났습니다 크흠)
임원님: (처음부터 쉿 드신 표정이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게 우리 회사랑 뭔 상관이냐고? 박XX씨가 우리 회사를 위해 할수 있는게 뭔지 한번 말해 보라고.
나: (급 당황) 아 예..어 저는 삼성의 요번 새로 시작하는 비지니스에…(더듬 더듬) ..
임원님:  난 당신 그 말이 이해가 안된다고(요)..우리가 얼마나 큰 회사인지 아냐고(요). 학교에서 컴터 몇대놓고 조물대던거 가지고 무슨 도움이 되는지 얘기를 해보라고요.. 
나: (망했다). 

위의 상황은 정확한 대화 기록은 아니지만 대충 기억에 따르면 그랬다. 임원분은 호통만 치다가 면접이 끝났다. 물론 나중에 압박면접 이었노라고 날 달래주었고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입사를 제의받았다. 하지만, 분명히 알것 같았다. “아 저런 상황을 견딜수 있는 대인배들만 받겠다는 거구나” — 즉 공포의 관리에 내가 얼마나 견디는지를 시험해본 것이다. 난 소인배여서 가지 않았고, 다음날부터 교수님에게 “제발 자리좀 알아봐 주십쇼…” 애걸했다.

이 블로그는 제목 그대로 소프트웨어 실무형 인재 그 허구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또 대학과 정부에 대해서 한소리 하고자 한다.

2. 실무형 인재
실무형  인재란 회사마다 정의가 다를 것이다. 삼성의 TN 부서라면 임베디드 시스템을 알고, 통신 프로토콜을 구현할 수 있으며, 인도사람 영어를 잘 알아듣는사람일 것이다. NHN이라면 기사에 나와있는 그대로 웹, 스마트폰, 게임 프로그래밍 전문가를 이야기 할 것이고. SI라면 DB설계, SW 디자인, ‘을’로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을 실무형 인재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스펙트럼이 이렇게 다양한 회사들이 학교에게 ‘실무형’ 인재를 가르치라면, 학자로서의 자존심 있는 대학들은 “엿이나 드쇼” 하고 싶지만, 수능점수가 아쉬워 어쩔수 없이 커리큘럼 세트를 만들어 낼수 밖에 없다. 빅맥 삼성 탤런트 세트, NHN 웹퍼 세트, SI 을고기버거 세트.  이제 몇년간은 아이폰, 안드로이드에 정통한 졸업생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기 그지 없다.

3. 소프트웨어 – 추상적 사고 (Abstract thinking) 와 우연한 구현 (Accidental Implementation)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교육을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위험하다. 누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신이 걸어온길을 돌아보며 설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유학시절 경험한 과정과 미국 벤처생활을 통해서 배운것으로, 좋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버지니아 주립대학 (UVA)이라고, 나름 잘 가르친다고 평가받는 학교에서 낮은(!) 학점으로 박사를 마쳤다.  소프트웨어의 본질은 Fred Brooks 의 No Silver Bullet [1] 이라는 에세이에서 가장 정확히 다룬 듯 하다 (혹시 Mythical Man-month를 안 읽어보았다면 절대 강추다. SW고전중의 고전이니까; 번역도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6-70년대에 운영체제 같은 소프트웨어가 본격 개발되면서,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고 매번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나오는 작품들이 거지같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기계나 HW는 안 그런데, 왜 SW만 그런것인지 사람들은 분개하기 시작했고, 최고의 엔지니어이자 Writer였던 F Brooks 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에는 내제된 어려움 (Essential Difficulties)과 우연한 어려움 (Accidental Difficulties)이 있다. 내제된 어려움은, 세상에 어떤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의 특성 때문이다. 즉 문제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쉽게 바뀌며 (고객이 요구사항 바꾸듯), 보이는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즉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반면 우연한 어려움들은 HW와 SW의 진화를 통해서 그동안 해결되었다. 우연한 어려움과 해결의 예로는:

  • 0/1 이진법으로 돌아가는 기계를 코딩하기가 쉽지 않다. ==>  C와 같은 하이레벨 언어를 써라
  •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쓰기 쉽지 않다 (혹은 초기 아이폰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돌릴수가 없다). ==> 멀티 태스킹을 운영체제에 구현해라.
  • A에서 짠 프로그램을 B 컴퓨터에서 못 돌린다. ==> 라이브러리를 통합해라.

좋은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공학) 전공은 본질과 우연한 어려움 두가지 모두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즉, 알고리즘, 컴퓨터 이론, 데이터 구조, 소프트웨어 개발론 이런 과목들은 본질적인 어려움을 깨부수는데 필요한 이론들을 가르친다. 원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때는 문제를 추상화 시키고,  잘 알려진 자료구조(예를 들어 그래프)로 표현해 낸후, 이미 알려진 알고리즘 혹은 새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해결한다 (참고로 컴퓨터 전공자들은 [2]를 강추한다. 이론때문에 고생하던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명서적이다). 반면 우연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역사적으로 사용된 기술들은 운영체제, 컴파일러, 네트워크 이런 과목들을 통해서 배운다. 즉 한국형 안드로이드 투자액 30억중 5만원으로는 운영체제책을 (공룡책 강추) 사야한다.

나의 경험을 통해 보면 미국에선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목에 좀 더 집중한다. 반면 한국은 우연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목에 치중하고 있고, 이에 더해서 삼성은 그들만의 어려움을 해결할 테크닉을 가르치라고 닥달한다.  나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교육하라고 주장한다. 왜나면 거기에 SW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의 예를 들어 보자. 초기 검색엔진 시장은 알타비스타 라는 엔진이 장악했다. 이 엔진은 알고리즘은 그저 그랬는데, DEC라는 예전 대기업에서 운영했기 때문에 서버와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었다 (즉 우연한 문제를 해결했다). 반면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포드 대학원시절 Page Rank라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지고 데스크탑 한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즉 본질적 문제를 해결했다).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좋은 소스 코드를 보면, 마치 좋은 책을 읽는듯 마음이 흡족하다. 좋은 소스 코드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숨겨진 마법을 잘 쓴 (이를테면 C의 포인터 장난) 그런 것이 아닌, 프로그래머의 뛰어난 표현력 (자료구조), 논리력 (알고리즘), 그리고 디자인 (소프트웨어 공학) 이 드러나는 그런 창작물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한국처럼 후발주자가 미국 따라가려면 좀 덜 고상한 방법을 써서라도 구현만 하면 됩니다!” . 그건 기계와 HW에 적용될지 몰라도, SW 엔 절대 안된다. 제 아무리 빠른 삼성 CPU를 써도 버블소트는 퀵 소트를 이기지 못한다.

4. 정부와 학교의 놀음
이 글을 높으신 누군가 보고, “옳커니 그럼 이론쪽을 강화하는 교육을 하면 되겠구만 (…할리도 없다 사실은…)” 라고 마음 먹어도,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학교들에 그쪽을 전공한 교수들이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동안 정부와 대학의 이런 놀음 때문이다:
“정부: 000 대통령 취임에 맞추어 xxx (예:유비쿼터스,그리드,클라우드,스마트폰,월드클래스) 프로젝트를 하사하노라. 대학들은 줄을 서도록 하라”
“대학:  예이”
“정부:  전문가를 프로젝트에 집어넣거라”
“대학: 뽑겠나이다”

이렇게 뽑은 교수들은 모두 우연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전문가들이다. 그쪽 분야가 쓸모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절대적인 비율로 그 분야들만 뽑아들이는것이 문제다.  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세번의 정부가 바뀌었는데, 이 패턴은 늘 같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내 발등을 찍는것과 같은데, 왜냐면 나 자신도 분야가 그쪽이기 때문이다.

5. 결론
이 블로그는 결론이 제일 어렵다. SW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대학 본래의 모습을 찾아라, 이것이 하고자 하는 말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지금 우리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지 이 질문에는 답이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제일 문제있는 그룹은 공무원과 정치가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왠지 한참 전에 읽은 J.C.R Licklider 라는 양반의 일대기 [3] 가 기억에 남는다. Licklider는 원래 MIT (인가 하버드인가) 심리학 교수였는데, 대단한 잉여자였다. 전공도 아닌 컴퓨터에 홀려서 카드를 집어넣는 집채만한 컴퓨터앞에 매일처럼 앉아 일과 상관없는 프로그래밍 하던 사람이다. 아마 나중에 교수도 그만두고 슈퍼컴퓨터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것으로 안다. 이 사람이 나중에 어쩌다보니 미 정부의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사업 책임자가 되었다 (즉 공무원이 되었다).  이 사람의 잉여력과 비전으로 추진된 두가지 사업이 있다:
1.  미 국방부의 ARPANet : 국방부 산하 슈퍼컴퓨터를 네트웍으로 연결해보는 프로젝트
2.  MIT의 Multics 라는 운영체제 개발

어떤분들은 이미 아실것 같다. 1 사업이 나중에 인터넷이 되었고, 2 사업은 그 자체는 빛을 못봤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회사로 옮겨 곧 C언어와 Unix 를 만들었다 (Linux는 Unix의 후손이고). 즉, 한 공무원이 IT기술의 물줄기를 열어버린 것이다.

우리 정부와 학교에도 그런 잉여와 비전이 넘치는 분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 박상민 http://twitter.com/#!/sm_park

[1] No silver bullet – The Mythical Man-Month 챕터 16, by Fred Brooks.
[2] The Universal Computer: The Road from Leibniz to Turing by Martin Davis
[3] The Dream Machine: J.C.R. Licklider and the Revolution That Made Computing Personal (http://en.wikipedia.org/wiki/J._C._R._Lickli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