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사이트의 마지막 세션을 마칠때쯤엔 대략 오퍼의 여부를 스스로 예상할수 있다. 파트 2에서 설명했던것처럼 한개 정도 부족한 세션이 있었다해도 나머지 문제들을 풀었다면 오퍼가 희망적이다. 회사들은 보통 인터뷰 다음날 인터뷰어들이 모여 debriefing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서 리뷰들이 오퍼쪽으로 결정되면 리쿠르터는 지체없이 연락을 해온다. 인터뷰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마치 예전에 대입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그런 초조함이 있다. 내 경험상 오퍼가 나올때에는 인터뷰후 빠르면 24시간, 늦어도 3일안에 오퍼 소식을 들을수 있었다. 혹시 연락이 오지 않고 시간만 흘러갈때는 점점 오퍼의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 경우 며칠후에 공손하게 확인하면 결과를 가르쳐준다. 리젝시에 한가지 꼭 시도하면 좋은것은 인터뷰의 피드백을 달라는 요청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정책상의 이유로 인터뷰의 피드백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피드백을 짧게라도 이야기해주는 곳이있다. 이 피드백에는 내 예상과 다른 평가들이 있을수 있기때문에 다음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내 경우 첫 인터뷰에 안되고나서 코딩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스템디자인에서 부족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결과가 안좋을때는 배울것을 한가지라도 건지고 툭툭 털어내는게 좋다.
오퍼가 나오면 이제 시작되는 것은 연봉과 Title, Benefit (보험, 휴가)등에 관련된 협상(negotiation)이다. 미국에서 비지니스 관계의 모든 딜은 철저하게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전에 차를 한대사러 딜러샵에 간적있다. 전날밤 미리 여러개의 웹사이트에서 해당 차량의 가격 정보를 풍부하게 수집하고 딜러와 데스크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나는 편안하게 내가 생각한 적정 가격을 제시했다. 딜러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이렇게 되물었다.
“왜 그 가격이 타당한지 나를 설득시켜봐”
잡마켓에서 오퍼 이후의 협상도 마찬가지다. 목표하는 연봉이 있을경우 그 액수를 뒷받침할수 있는 논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것은 역시 다른 회사에서 제시하는 경쟁 오퍼다. 한개의 오퍼만 가지고 테이블에 올라오면 설득시킬 무기가 없다. 리쿠르터와의 대화는 그래서 이렇게 요약된다.
“잘 해 줄께. 근데 얼마까지 알아봤어?”
리쿠르터는 타 회사의 오퍼가 있을경우 이를 상세하게 적어가고 곧 이보다 조금 많은 금액으로 오퍼한다. 이쯤되면 보통 지원자 입장에서는 연봉과 상관없이 가고싶은 회사가 한곳 이미 정해져있다. 그래서 다른 곳의 오퍼는 원하는 회사의 오퍼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야한다. 그런데 리쿠르터 역시 매일 이런 딜을 하는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top에 있는지 아니면 오퍼를 올리기 위한 마중물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지원자는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왜 그 회사가 top choice인지 이유를 댈수있어야한다. 지원자에게 최고의 전략은 second choice에서 오퍼를 맥시멈으로 끌어올리고, top에서 이를 이기게끔 만드는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오퍼는 보통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 베이스 연봉
- 보너스
- 주식 (RSU)
- 사이닝 보너스
주식과 보너스 역시 시간이 얼마 지나면 현금화 할수있기때문에 이를 모두 합산한 Total Compensation을 기준으로 협상하는것이 좋다. 사이닝 보너스는 일회성 금액이라 융통성이 있기때문에 회사들은 경쟁 오퍼를 죽이기위해 활용할수 있다. 그래서 오퍼가 여러개 있을때 사이닝을 최대한 잘 받는것도 좋은 전략이된다.
최근엔 보통 Glassdoor의 정보를 활용해 오퍼가 괜찮은지 여부를 평가한다. 그런데 내 경험에 Glassdoor의 연봉 정보는 시장 가격보다 좀 많이 낮은편이다. 아마도 오래된 정보가 쌓여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장의 가격보다 대략 30%정도 디스카운트 되어있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이보다 좀 더 정확한 정보는 paysa.com에서 얻을수 있다. 예를들어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니어 엔지니어 경우 glassdoor에선 175K이 평균인 반면, paysa에서는 221K가 시장 가격으로 올라와있다. 경쟁 오퍼가 있다면 이보다 조금 더 올리는것도 어렵지 않으니, “얼마까지 알아봤어?”의 시장 원리를 최대한 활용하는것이 좋다.
이렇게해서 이번 인터뷰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결과적으로 나 자신도 뜻밖의 결과인 Niantic Lab.으로 다음 회사를 결정했다 (나이엔틱은 포켓몬고를 만드는 증강현실 게임회사). 다른 몇개의 대기업에서 받은 오퍼가 괜찮고 한두개 회사는 일의 종류, 환경, 팀도 너무 마음에 들어 포기해야 하는게 아까웠다. 나이엔틱의 인터뷰 경험은 다른 대기업들과는 많이 달랐다. 높고 화려한 대기업 오피스들 사이에 낮고 오래된 건물이 있고, 어두컴컴한 복도 한켠에 회사간판도 없는 오피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성치 영화에 조연처럼 생긴, 머리카락 몇올없는 중국 아저씨가 웃으며 나를 맞았다. 아주 작은 사무실에 다닥다닥 붙어앉아 일하는 사람들. 오피스가 그래서인지 다소 창백해 보였지만 다들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작년의 포켓몬고 열풍에 서버를 어떻게 감당했는지 물었더니 중국아저씨는 <그땐 3-4시간씩 자면서 다 막아냈지 껄껄껄>… 이 바닥 초 절정 고수의 아우라를 풍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팬시한 대기업에서 못느낀, <여기에서 일하고싶다> 라는 열망이 생겼으니, 나도 어지간히 스타트업을 좋아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