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와 돈

소프트웨어로는 돈 벌기가 쉽다. 최근 수십년간 새로 탄생한 억만장자들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었다.


포브스 세계의 부자 랭킹을 보면 1, 2위의 빌게이츠, 제프베조스 모두 소프트웨어로 시애틀에 큰 기업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리고 12위 안에 페이스북, 구글, 오라클의 창업자 6인이 부자리스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 1.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2.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3. 주변에서 도움 약간 (펀딩, 직원..)을 받았을 뿐이다. 몇년후에 이 사람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수십억의 인구가 사용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이것없이는 살수 없을만큼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그 당시 윈도우즈가 없을때, 페이스북이 없을때 ‘이런걸 만들어야지’ 라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이들에게는 얼마나 그게 당연하게 (obviously) 보였을까.

그래서 내가 “소프트웨어로 돈 벌기 참 쉽다, 그죠~” 이렇게 말하면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이 다 이렇게 반응할것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건 최악으로 어렵다. 이미 잘 나가는 회사의 월급쟁이는 일단 이야기에서 제외해본다. 이야기는 소프트웨어로 부자되기에 대한 것이니까.

소프트웨어로 스타트업을 하거나 능력있는 사람이 1인 기업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수있다.

다른 종류의 노동은 대개 시간과 일의 가치에 따라 값을 쳐준다. 몸을 쓰는 노가다를 해도 8시간 일하면 30만원은 받아야한다. 식당을 차리고 음식을 내놓으면 원가에 이익을 더해 값을 매기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지불하고 먹는다.

그런데 하루종일 단내나게 일을 해도 사람들이 천원이라도 내고싶은 제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마 능력자가 한달 내내 일을 한다면 그럴듯하게 동작하는, 예를들어 앱스토어에 넘쳐나는 사진 필터링 앱 정도 만들어낼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걸 팔면 얼마나 돈을 벌까? 아마도 십만원 정도 벌면 주변에서 “괜찮은데 나도 해볼까” 이런 이야기를 들을것이다.


하루에 8시간씩 일한다고 치면 한달에 160시간 일하고 10만원을 벌어보자. 그럼 시간당 일당이 600원이다. 사발면 한개 사먹기도 힘들어 시발 소리가 나올것이다. 

나는 지금 직장을 다니며 개발을 해주면 한달에 꽤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내가 어느순간 ‘내일을 할거다’ 생각해 직장을 나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 시간당 사발면 한개값 벌기도 힘들어진다. 호텔 식당에서 일하다가 자기 식당을 차리는 쉐프들은 이렇지 않을것이다.

소프트웨어로의 창업은 모 아니면 도가 된다. 그런데 윷가락을 20개쯤 던져서 모가 나와야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분명하다. 내가 한달내내 죽어라 일해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솔직히 아이디어와 퀄리티가 거지같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앱스토어에 넘쳐나는 사진 필터링 앱을 만들었는데 버튼이 사진 가운데 붙어있거나 이런식이다. 미치거나 변태가 아닌 이상 이런 앱을 사줄 사람이 없다. 호텔에서 일했던 쉐프는 자기 식당을 차려도 호텔 비스무리한 맛이 나오니까 장사가 되겠지만 대기업 개발자가 몇달 내내 뭔가를 만들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앱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에픽 게임즈를 만든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팀 스위니가 한 말이다.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2만원 벌기까지 16,000 시간을 취미로 코딩해야했다”.

나는 말콤글레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이야기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소프트웨어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1만 시간 이상을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순전한 호기심으로, 취미로 시간을 쏟은 개발자만이 직장인에서 창업자로, 번데기에서 나비가 날아가는 그런 변화를 경험할수 있다.

5년간 하루 8시간씩 순전히 어떤것에 몰두해있을때 그때서야 나는 개발자중 한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한사람이 될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그럼 나는 그때에서야 순전히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2만원을 벌것이다.

소프트웨어와 돈”에 대한 6개의 생각

  1. 소프트웨어로 돈을 버는 데는, 다 .. 이유가 있었구요 ..
    이런 실상을 자세하게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실상을 바로 알아야 바른 대처 방법이 나올 수 있는 …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

    • 그것보다는…이미 안정된 회사의 한 부품으로 일하는 프로그래머와 자신의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창업이라든지) 새롭게 시도 해 볼수 있는 사람의 차이가 무언지 적은겁니다.

  2.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매일 코드를 적으면서, 돈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나름대로 만족을 하면서 해왔지만, 요즘들어 더 큰 자유(내가 만들고 싶은것을 만들수 있는 자유, 코드 적기 싫을때는 안 적을 수있는 자유등)를 얻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맞는 친구와 아이디어도 얘기해보고 코드도 적어보고 있지만 말씀하신거와 같이 그렇게 적은 코드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보면 오히려 의욕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른 “소프트웨어”라는 것의 특수성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랑 친구가 느끼고 있는 것을 잘 정리해주신거 같아서 많이 공감됩니다.

    • 돈을 많이 벌게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게 motivation이 되면 말씀하신대로 의욕이 더 떨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코딩의 소소한 재미, 새로운 걸 만들어서 내가 사용해야지 하는 그 의지가지고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3. 핑백: 2016-10-22 IT 이야기 – 엠렌즈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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