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7명의 우주인이 목숨을 잃은 우주 왕복선 챌린져호 폭발 30주년이었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져호의 발사과정은 CNN등 미디어에 생중계되었는데, 발사된지 채 몇분이 지나지 않아 폭발해 그날 미국인들은 우주인 7명의 죽음을 실시간으로 목격해야했다. 우주인 중에는 민간인 신분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포함되어 있어서 전국의 학교들에서 아이들이 그날 발사를 시청하고 있었다.
CNN live 영상. 폭발은 1:30초 지점.
생중계로 우주인의 죽음을 목격해야했던 국민에게 레이건대통령은 6시간만에 급히 담화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레이건의 담화는 전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훗날 <20세기 최고의 대통령 연설>로 꼽히는 명문이 되었다. 그날 연설의 일부분을 발췌해본다.
“I want to say something to the schoolchildren of America who were watching the live coverage of the shuttle’s takeoff,” Reagan said. “I know it is hard to understand, but sometimes painful things like this happen. It’s all part of the process of exploration and discovery. It’s all part of taking a chance and expanding man’s horizons. The future doesn’t belong to the fainthearted; it belongs to the brave. The Challenger crew was pulling us into the future, and we’ll continue to follow them.”
“챌린져호의 발사를 지켜보았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말이 있습니다. 이런 고통스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탐험과 발견을 하는 과정중 한부분입니다. 인류가 작은 가능성을 가지고 세상을 확장해하는 과정중 한부분입니다. 미래는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열려있지않습니다. 미래는 용감한 이들이 소유하는 것입니다. 챌린져호의 우주인들은 우리를 미래로 한걸음 더 당겨주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입니다.”
그리고 레이건은 현재 모든 미국인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연설을 마무리한다. 2차대전중 비행사고로 사망한 미국 시인 John Gillespie Magee의 시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려진 문장은 이렇다.
“…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
“(우주인들은)… 작별인사를 마치고 이 강한 중력의 속박을 벗어나 손을 내밀어 신의 얼굴을 만졌습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준 역사적 사건은 세월호일 것이다. 생중계로 3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죽음을 목격해야했던 국민은 몇날 며칠간을 속으로 울어야했다. 하지만 리더 박근혜는 국민 앞으로 나와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국민을 향해 그가 했다고 <전해지는>얘기들은 “왜 구하지 못했느냐?” “경제가 걱정된다”는 단편적인 감정의 표현일 뿐이다. 사고후 34일만에 정치적 압력에 떠밀려 담화를 발표했고 그마저도 <특검>, <처벌>, <부패>등 닳아빠진 표현으로 가득한 수준낮은 연설이었다. 34일을 준비한 말중 유일하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표현은 겨우 이런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레이건과 그 보좌진은 단 6시간만에 역사에 남을 말을 준비해 미 국민을 위로했다. 박근혜와 (최순실을 위시한) 보좌진은 34일간을 미루어놓은 말로 국민을 절망하게했다. 지난 대선전 부모님과 논쟁하면서 나는 절대 박근혜는 안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하나 <말을 지독하게 못한다>였다. 말을 못하니 글을 못쓰는것은 말할 필요조차없다. 말을 못하는 것은 그 사람안에 표현할만한 지식이 없고, 그 빈약한 지식마저 정리가 되어있지않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말만 잘해서 무엇하냐?> 라고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그것은 틀리다. 리더에겐 말이 전부다. 잘 준비된 연설은 국민의 감정을 흔들어야하고, 즉흥적으로 기자나 시민들과 소통하는 말은 그 안에 통찰(insight)이 담겨있어야 한다. 리더의 머리 안에 아무리 대단한 내용이 담겨져있어도 표현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그러나 더 두려운점은 사실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리더의 머리안에 내용이 없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권위와 통제로 리더의 말을 따라가던 시대는 우리도 이미 몇십년전에 끝났다. 사람들을 웃게하고, 울게하고, 움직이게 하는 리더의 툴(tool)은 단 하나 <말>이다. 이점에서 박근혜는 한 국가의 리더로서 전혀 자격이 없다.
끝으로 미국의 이번 대선에서 인종주의자 도널드 트럼프를 가장 강력하게 막아냈다고 평가받는 미셸오바마의 <말>을 인용하며 나의 말을 마친다.
“I wake up every morning in a house that was built by slaves, And I watch my daughters, two beautiful, intelligent, black young women, playing with their dogs on the White House lawn.”
“나는 오늘 아침 그 옛날 흑인 노예들이 지었던 집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두 딸들 – 아름답고 지적인 두 흑인 아이들- 이 백악관의 잔디밭에서 강아지와 뛰어노는것을 봅니다.”
미셸오바마의 DNC 연설. 1분 지점부터 하이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