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하기

전에 이야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집에서 일한다.

얼마전 평소와 같이 일하는데 7살 딸 아이 (샬롯)의 친구가 놀러왔다. 코딩하다가 커피 마시러, 과자 부스러기를 담으려 주방을 왔다갔다 하는 나를 보며 아이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리곤 물었다: “Are you Charlotte’s brother? (샬롯 오빠예요?)”. 내가 약간 동안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폐인 너드몸매의 소유잔데 오빠라니…그 아이는 낮 시간에 집에서 왔다갔다 하는 남자 어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난 그냥 고맙다고만 얘기했다.

나는 자주 큰애, 작은애를 학교에 등하교 시킨다. 등교 시간엔 출근길에 아이를 내려주는 아빠들이 제법 있어서 괜찮다. 문제는 오후 2시쯤 하교 시간이다. 코딩하다 시간되면 평소 작업복인 아디다스 삼줄 추리닝에 두손 집어넣고 학교로 어슬렁 걸어간다. 그러다보면 역시 아이를 픽업하러온 엄마 부대를 마주치게 된다. 평소 안면만 있는 한국 엄마들과 눈이 마주칠때면 얼른 눈길을 돌린다.  ‘저 아줌마는 매일 낮시간에 나오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들 표정도 약간 당황해 하는 것 같다. ‘저 노는거 아니예요!!’ 소리는 마음에서만 맴돈다. 우리 집에 처음오는 사람들에게 날 소개하며 아내는 꼭 집에서 <일하는>거라고 강조한다. 부끄러워하는것 같다…그래서 손님이 갈때까지 오피스에 숨어있게 하는거겠지.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일상

이런것들이 집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상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한지 이제 2년이 되었다. 지금은 출퇴근 해야하는 직장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만큼 적응됐고 이 생활이 좋다. 시애틀에 2년전 이사오면서 집의 한 공간을 아래 사진과 같이 오피스로 꾸몄다. 오피스 안에는 프로그래밍 작업을 위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다. 여러대의 서버, 넷웍 장비, 맥북, 잠잘 수 있는 소파, 두루마리 휴지,.. 심지어 한쪽에는 사우나실도 있다.

IMG_20131124_090218[우리집 한 구석에 마련한 오피스]

원래는 나만의 공간인 오피스로 꾸미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오피스 메이트가 생겼다. 역시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하는 세살 짜리 친구 <클라라>인데 잠옷만 입고 다닌다. 지금 블로그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옆에서 병원놀이 하자고 졸라댄다. (잠깐 놀아주고 더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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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피스 메이트. 잠옷만 입고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 대충 추리닝 걸쳐입고 커피 한잔과 베이글 한개 들고 출근(?)해 회사 이메일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요한 이메일만 우선 답장을 보낸다. 그리곤 당연히 다른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 업무는 잠시 미루고 한참 웹서핑을 한다. 트위터, 뉴스, 블로그들을 돌아보면 시간이 잘 간다. 가끔 아내가 들어와 일 잘하나 살펴보는데, 혹 놀고 있다는 걸 들키면 <클라라>를 방에 풀어 놓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지겨워지면 코딩을 시작한다. 코딩하는 동안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일주일에 서너번 전화로 팀미팅이 있다. 가끔 화장실에서 집중하며, 설겆이하면서 미팅을 할때도 있는데 뭐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괜찮다. 중간 중간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집청소도 하고, 골프 연습장도 다녀오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새로운 형태의 조직

우리 회사 유칼립투스의 직원중 약 80% 정도는 이렇게 집에서 일한다. 우리 회사만 아주 특이한 것이 아니다. 워드프레스를 만드는 오토마틱 [1], Ruby on Rails를 만든 David Hansson의 회사 37Signals [2], 그리고 현재 우리 CEO의 전 회사 MySQL [3] 모두 직원의 대부분이 집에서 일한다. 내가 이전에 잠시 일했던 스타트업 Fancy.com은 많은 개발자가 한국에 있는데 역시 모두 집에서 일한다. “재택근무”가 주는 어감은 여전히 <집에서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000!>라는 스팸메일처럼 다소 2류 문화를 내포하지만, MySQL, 워드프레스, 유칼립투스 모두 소프트웨어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들이다. 작년 야후가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모두 해고해 비판을 받았을때, 언론들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우리 회사와 워드프레스를 소개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집에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혜택은 자유다. 위에서 설명했듯 우리 회사는 직원이 어디에서, 어떤 시간에 일하든 문제가 없다. 원하면 어디로든 이사갈 수 있고, 여행을 다니며 일해도 상관이 없다. 우리 직원중 한 사람은 사람이 살지 않고 인터넷도 안 들어오는 깊은 산속에서 밭을 일구어 살며 위성 인터넷으로 접속해 일을 한다. 어제는 집 앞에서 만났다고 쿠거(산 사자) 사진을 회사 전체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아직 회사에서 이 직원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나는 골프를 좋아해 주중에 하루는 꼭 라운딩을 나간다. 아침일찍 나가도 점심을 먹고서야 들어오는데, 남들 다 일할때 노는 것만큼 신나는게 없다. 아마 오피스를 나가야 한다면 이런 생활은 포기해야 할거다. 회사가 주는 이런 자유는 직원을 채용할 때 아주 강력한 미끼다. 실력있는 개발자에게 자유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으니까.. 

재택근무를 영어로는 흔히 “Remote employment” 로 지칭한다. 하지만 유칼립투스나 워드프레스는 스스로의 조직 형태를 “Distributed workforce”로 부른다. Remote employment는 헤드쿼터 오피스를 중심으로 매니저가 집에서 일하는 소수의 직원(remote)들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Distributed workforce는 애초에 헤드쿼터라는 물리적 오피스의 개념이 없이, 전세계에 분산되어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유칼립투스는 CEO부터 거의 모든 임원들까지 각 주에 흩어진 자신의 집에서 일한다. 종종 나 자신도 궁금한것은 이렇게 전세계에 분산돼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어떻게 좋은 성과(Performance)를 낼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워드프레스나 유칼립투스 모두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조직이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을 계산한다면 사실 일반 회사들에 비해 많지가 않다. 이들은 오피스에서 긴밀히 얼굴을 마주대고 회의를 할수도 없다. 회식자리에서 만드는 끈끈한 동료애도 기대할 수 없다.

아마 탁월한 동기부여 (motivation)가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워드프레스, 37signals, MySQL, 유칼립투스의 공통점은 모두 오픈소스에서 시작한 회사라는 점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원래 삶의 방식이다. 폴 그레이엄은 낮에는 밥 벌이를 위해 일하고, 밤에는 진짜 자신의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오픈소스 해커를 “낮 일” 하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4]. 폴그레이엄이 <해커와 화가>를 썼던 10여년전에는 오픈소스 해커들이 진부한 낮일과 진짜 밤일을 분리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픈소스가 소프트웨어의 주류로 자리잡으며 낮일과 밤일을 구분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집이 회사고 해킹(밤일)이 직업이다. 오픈소스 해커들에게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본업이 되었을때 나타나는 퍼포먼스는 매니저에 의해 잘 관리되는 구식 소프트웨어 회사의 조직을 압도한다. 혹 미심쩍다면, 집에서만 일하는 사람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평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된다. 사무실에선 책상에 앉아만 있어도 기본은 먹어준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오직 한가지 “코드”로만 평가 받는다.

개인적으로 오픈소스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기쁜 것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다. 아이가 옆에서 떠드는데 일이 되느냐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방해받아도 괜찮다. 막 유치원을 마치고 달려와 내미는 딸아이의 어설픈 그림 한장이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니까. 실제로 적막한 가운데서 코딩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옆에서 뛰어 놀때 더 즐겁게 일이 잘된다. 아마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감동받을때 나오는 주체못할 터보 코딩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전화로 하는 팀미팅에선 직원들의 아이들 웃고 우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린다. 매일 출근했더라면 놓쳐버렸을 아이들의 커 가는 순간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몇가지 관리의 팁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다보니 오피스에서 일하는 회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조직을 관리한다. 그중 몇가지 팁만 소개해본다.

  • 지역 모임: 프로젝트를 시작할때는 대화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달에 한번 팀 단위로 도시를 돌아가며 모임을 갖는다. 시애틀, 뉴욕, 샌프란시스코등 팀원이 살고 있는 도시로 모여 일주일 정도 오피스를 렌트해 회의하거나 코딩한다. 우리보다 좀 더 갑부인 오토마틱경우는 그리스, 도쿄등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1].
  • 전체 모임: 큰 오피스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대신 그 돈으로 전 직원이 모이는 워크샵 (All-hands meeting)을 괜찮은 여행지에서 갖는다. 우리는 LA 근교의 휴양지에서 주로 모임을 갖고, 오토마틱경우는 전 세계의 휴양지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1].
  • 커뮤니케이션: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메일, 채팅등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오피스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없다.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더라도 irc 채팅방에서 질문하고 대답해야 한다. 오픈소스회사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거의 모든 회사의 미팅을 외부에 공개된 irc 채팅방에서 하고, 발표는 외부로 스트리밍 한다.
  • 투명성: 매주 월요일 임원들은 전 직원에게 자기 부서의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CEO는 한주간 누구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보고하고, 세일즈 임원은  몇개의 라이센스를 팔았는지 공개해야한다. CFO는 전 직원에게 현재 회사의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공개한다.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는 직원에게 더 정직해야 한다.
  • 회식: 직장의 꽃 회식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한다. 중요한 프로젝을 마치는등 이벤트때마다 가족, 친구들과 나가 회식하고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 개발 장비: 개발팀의 컴퓨터 장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팀원들은 여러대의 서버를 집에서 돌리고, 맥프로 레티나등과 같은 최신 노트북을 지급받는다.

이처럼 집에서 일하는 회사 조직이 모든 경우에 맞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특히 소프트웨어, 서비스분야에서 시작하는 회사에서는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 저녁으로 낭비하는 출퇴근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자신을 위해 소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일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주의할것은 조직의 구성원이 자신의 일을 자기 가족만큼 사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픈소스를 하는 사람들에겐 일과 삶의 구분이 없다. 코딩은 삶의 일부고 아이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을 집에서 보는게 자연스럽다. 놀다가 코딩하고, 코딩하다가 노는게 우리 삶의 방식이다. 구성원이 코딩을 직업으로만 생각해 코딩과 삶을 공간적, 시간적으로 구분짓고자 한다면 아마도 우리의 이 방식은 맞지 않을 것이다.

[1] http://www.businessinsider.com/automattics-awesome-remote-work-culture-2013-8
[2] http://www.forbes.com/sites/danschawbel/2013/03/29/david-heinemeier-hansson-every-employee-should-work-from-home/
[3] http://www.entrepreneur.com/article/228752#
[4] 해커와 화가-2

집에서 일하기”에 대한 61개의 생각

  1. 잘 읽었습니다. 부럽습니다… 한국의 조직문화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기존 회사들에선 어렵겠지만 새로운 마인드로 시작하는 스타텁에서는 의외로 잘 될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위의 예에서 적었던 Fancy 의 경우 실제 한국에서 그렇게 돌아갑니다.

  2. 저도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울 것 같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

    • 저는 당연하게 생각해서 툭 던진 말이었는데 그게 어떤분들에겐 인상적인 모양이네요..
      사실 직급, 나이, 연차개념 전혀 없는 미국 회사에서는 결국 코드의 품질과 양이 평가의 기준이고 연봉등을 결정하는 요소거든요..

      • 성과로만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선진 사회로 가는 데 핵심 과제인 듯 합니다.

  3. 글을 읽으면서 혹시 내 얘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랑 너무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네요.
    저도 집에서 일한지 4년차 됩니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를 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축복이고
    동네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들 너무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남자가
    낮에 빈둥빈둥 거리는 건 보기가 별로 좋지 않은가 봅니다.

    개발자는 아니고 작은 식품 비즈니스를 하는데 저 역시 사무실 같은 걸 따로 꾸밀 계획은
    앞으로 못할 정도로 이 생활에 익숙해져버렸네요. ^^

    • 한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여기도 낮 시간에 남자가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건 좀 그렇죠…ㅎㅎ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은 참 좋은것 같습니다. 다신 돌이킬수 없는 시간들이니까요.

  4.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네요. 잘봤습니다 🙂
    이런 일일수록 앞서 말씀하셨던 동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동기의 방향을 잡아주는 리더의 역할도 많이 중요할 것 같네요.

    • 네. 저희 경우엔 ceo Marten Mickos가 이미 MySQL 시절부터 철저하게 distributed workforces 의 조직 구성을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또 개발자 거의 오픈소스 방식의 삶에 익숙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았고요..

  5. 항상 두근거리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실력은 없으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듭니다..
    2011년 9월 27일의 포스트에 이어서,, 결국 너드에 완벽하게 감염되셨군요!!!!
    하지만, 본문중에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문단인,, “작업복인 아디다스 삼줄 추리닝에 두손 집어넣고” 이후에,
    “흰 양말에 샌달을 대충 구겨신고” 라는 문장이 빠져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

    • “두근 두근 미국에 가고싶은 마음” 그게 딱 제가 15년전 들었던 마음입니다. 흰 양말에 샌달은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오기땜에 힘든게 아쉽습니다..캘리포니아에선 됐는데…ㅎㅎ

  6.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저도 유연하게 일한지 6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자유롭고 정말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적막하고 이야기를 직접 동료와 마주해서 하지 않다보니 뭔가 결핍도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꿈 중에 하나가 어린 시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인데, 이미 하고 계시다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적막할때는 http://coffitivity.com/ 이런데도 도움됩니다.
      그리고 사실 distributed workforces를 구현하는건 노력도 많이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google hangout등 저희도 아주 많이 시도해 봤고요 잘 되는것들만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몇달에 한번씩 만나서 인텐스하게 모임 같는게 꼭 필요합니다. 저흰 전직원 모임때든 팀단위 모임때든 일도 열심히 하고, 미국 회사론 드물게 밤 문화도 쎄게(!) 갖습니다.

  7. 잘 읽었습니다. 한국은 아빠 없는 하늘 아래 살아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일반적인데, 그렇게 자란 아이들의 마음이 항상 걱정되었습니다. 일 중심의 사고방식이 한국에도 정착되면 좋겠어요.

    • 아마도 “가족” 중심을 말씀하신 거겠죠. 🙂 미국에 잠깐씩 오는 교환교수, 의사, 파견직장인 분들 만나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와서 처음 가족과 시간 보내 본다고…

  8. 멋지네요~
    그러나 그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겠지요~
    한국에선 저녁이 있는 삶이 직장인들 사이의 로망으로 불리우는데
    아침, 점심,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

    •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야 하는 와이프 입장에서는 어떤 맘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식님,두식이,삼식세끼라는데…

  9.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전 다른것보다 투명성이 인상깊네요.. ceo, cfo 가 전 직원들에게 상황을 공유해주는게 인상깊네요. 그리고 한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글을 다 읽고 나니 유칼립투스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

    • ㅎㅎ 전 유칼립투스 직원일 뿐이고요, 그저 좀 이른 시기에 조인했다뿐이지 임원이나 그런것도 아닙니다. 개발자예요. 저희 회사는 오픈소스 클라우드로는 제일 처음 나온 곳이고요..
      투명성 경우는 저희 ceo의 평소 철학입니다. 오픈소스 회사의 운영 방식으로 가장 적절하기도 하고요.

  10.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하찮은일이지만 재택으로 근무하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있는데. 지금 말씀해주신것들을 보니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 저도 처음 몇달간은 좀 힘들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스트레스들 let it go 하니까 이 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남들 일할때 골프 다니는것도 한국인 맘으로는 사실 첨에 좀 불편했는데 그렇게 생활하면서도 회사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으니까 이제는 뭐 어때 하는 맘으로 삽니다..

  11. 저는 소셜 펀딩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데, 거의 1년 이내의 프로젝트 베이스로 계약해서 일하기는 하지만 현재 거의 비슷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어요. 장기간을 같이 갈 회사라면 회사내 투명성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 매우 공감합니다!

    •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회사가 직원을 먼저 믿고 투명하게 오픈하면, 직원 역시 같은 맘으로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연하면, 사실 미국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자주 더 조건 좋은 곳으로 옮길 기회들이 찾아오거든요. 링크드인으로 인터뷰하자는 메일이 일주일 두세통은 오니까요…개발자가 회사를 믿고, 롱텀 비전을 공유하지 않으면 회사는 그런 사람들 붙잡아둘 방법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12. 저도 제가 회사를 운영한다면..
    – 사원이라면 누구나 로그인하면 재정상황을 다 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의 투명한 공유
    – 일주일에 한번 팀별로 모이는 시간 빼고는 다들 자유롭게 출퇴근
    – 절대로 하루 몇시간 이상 근무하지 말 것, 더 근무한다면 자신이 무능한 것
    요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차라리 재틱 근무가 낫겠군요.
    또하나의 꿈을 추가하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13. 핑백: 01/02/2014 web log | 공란

  14. 리모트웍에 관심이 많아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는데. 좋은 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저희는 작은 스타트업이어서 여러모로 리모트웍에 최적화 된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중인데
    아직 소수정예라, 개발자간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타 포지션과의 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여러모로 시험중입니다. 다만 아쉬운건 사무실에서 함께하는 호흡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더라고요.
    리모트웍의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점도 혹시 있으신가요?

    • 저희 경우는 처음부터 지금과같은 분산된 형식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학교의 연구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엔 코어 멤버들이 오피스에서 f2f 커뮤니케이션하며 일했고, 점차 회사가 확장되면서 현재와 같은 분산 형식이 적용됐습니다.

      단점은 주로 face-to-face 커뮤니케이션이 없는데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입니다. 멤버간 관계가 돈독해지는게 좀 어려울 수 있고요, 일하다가 급한 불을 꺼야 하는경우 종종 문제가 있습니다. 또 오피스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끼리만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으면 집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껴서 회사에 대한 애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점들을 극복하는 운영전략을 꼭 넣어야 합니다. 위에서 열거했듯, 오피스에 나오는 사람들도 중요한 내용들은 꼭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하고, 종종 반강제적으로 집에서 일하게 만들어서 그 느낌을 알게 하는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 외적인 것 — 회식, 단합대회, 놀이 — 등으로 자주 만나는게 좋고요, 프로젝트의 계획(planning) 기간중에는 가능하면 오피스에 모여서 일하는게 좋습니다. 집에서 일하지만 회사의 중요한 멤버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그런 전략들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게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가끔 집에서도 어려움이 종종 있을수 있습니다. 특히 아내가 전업주부일경우 이해와 적응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빽빽 울어대는데 일한다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것을 보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에선 불길이 치밀어오를 수 있습니다.. 🙂

      이런 단점들을 운영의 묘로 잘 극복하면 리모트는 분명 가치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5. 아이픽업용 정장을 한벌 사심이ㅋ 아이도 유치원에서 부연설명 할 필요 없게요ㅎ

    제가 일하는 회사도 재택근무가 가능하긴 한데, 한국인인 저에게는 잘 안맞더라구요. 그래서 전 출퇴근을… 집에서도 일 잘하시는 분들 보면 신기합니다. 전 tv를 보더라구요.. 쩝

    • 음…매일 2시에 정장입고 아이 픽업가는 아빠라면…것도 좀 문제네요… 😉
      저도 첨엔 집에서 일하는게 어색했습니다. 아마 오피스가 가까이 있었다면 이렇게 안했을지도 몰라요..

  16. 멋진 글 감사합니다. ㅎ
    읽다보니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봅니다.
    오직 ‘코드’로만 평가 받는다고 하셨는데
    그 코드 평가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 지는지요??
    이러한 체계가 잘 잡혀 있는지 여부가
    재택근무를 가능케 할 수 있는 핵심 키 일것 같은데요.
    평가 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peer review 형식으로 상급자가 그냥 평가하는 식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

    • 어떤 포멀한 평가 체계는 없습니다. 같이 몇달 일해보면 사실 금방 파악되니까요. 저 친구는 그저 그렇다, 저 친구는 정말 고수다 이런 것들이 몇번 코드 짜서 커밋하는걸 보면 금방 알게됩니다. 서로 대놓고 얘긴 안하지만 직원들끼리 잘 알죠. 그리고 개발팀 경우는 가능한 좋은 사람 뽑으려 인터뷰가 좀 빡셉니다. 한 사람 뽑는데 3명 이상 온사이트 불러서 하고요 가능하면 아는 인맥 통해서 뽑고요. 그러다보니 크게 실력이 떨어지거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기업들 경우는 연말에 포말한 리뷰- 매니저와+ peer 하고요 그걸 기준으로 보너스등 조정이 있다고 합니다.

  17. 오피스로 출퇴근하며 산지가 벌써 20년이나 되었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도 집에서 해도 되고 따로 오피스 마련해도 되는 일을 항상 생각하다보니 자택근무 하시는 분의 일상이 남 일 같지는 않네요,, 롤 모델처럼 느껴집니다, 한국의 오피스 생활은 하루종일 근무시간 철저 준수/1분이라도 일찍 퇴근하면 잘릴것 같은 공포감등등,, 이젠 정말 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서둘러야 겠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정말 자유 그 자체 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는 사실 공포감, 압박감있는 근무 환경은 정말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동기부여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올리는 그런 sw회사들이 분위기를 바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8. 트윗을 잘 안하는데 예전에 가입한 이력때문에 글을 읽게 되었네요. 저도 한 5 년 전에 비슷한 칼럼을 읽고 ‘정말 이렇게 일하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군요. ^^ 제 동생도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해서 코딩 시의 스트레스를 좀 아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오히려 그런 스트레스를 좀 줄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용 ..글 잘 읽었습니다. 동생에게 추천해야겠네요

  19. 저도 한 11개월간 그렇게 생활했는데 정말 자기관리 철저히 안하면 못하겠더군요…
    저도 그래서 아침에 밥 먹고 아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출근(?)를 하고
    오후에 아들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퇴근(?)하는 행사를 했었네요.
    아쉽게도 지금은 일반 회사를 다니지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20. 부럽네요. 전 프리랜서로 재택 근무할 때 아예 주말이 사라지고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서, 제발 어디로든 출근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영세업체에 취직을 했더니, 이게 웬걸 근로기준법상 휴가 18일을 줘야 하는데 딱 8일만 주고 그보다 더 썼다고 월급에서 깠어요! 12월 월급에서 연차 수당 80만원 까고 줌 ㅋㅋㅋㅋ 결국 생활비 대출 받았음. 이게 한국입니다 한국……

    • 안타까워요…ㅠㅠ
      참고로 저흰 무제한 휴가가 정책입니다(넷플릭스가 먼저 도입했죠)…
      개인이 자기 맡은일 잘 한다는 전제하에 맘껏 휴가써도 됩니다. (자랑같아 죄송합니다.. 🙂

  21. 저는 조그마한 앱 서비스 회사 법인을 만들려고 했는데, distributed workforce를 하려고 아파트를 주소로 해서 사업자 등록증을 내려고 했다가 사업자 등록을 거절 당했습니다.
    그래서 법인 주소 변경 등기를 다시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부터가 그런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 흠 그건 좀 그렇네요. 지금은 공장이 아니라 사람과 아이디어가 상품을 만드는 시댄데..

    • 언제 신청하신건가요?
      저도 2012년 8월쯤에 게임 개발 관련 사업자 등록을 제 아파트로 했는대 문제없이 통과했습니다.
      거절 이유를 요청하는건 어떨까요?

  22. 저도 2014년 1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
    낮에는 아기를 보고, 밤에 업무를 합니다.
    전자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행사나 파트너회사와 미팅이 있을 때가 종종 있어서 100% 재택은 어렵습니다. ^^;

  23. 저는 기업강의와 비즈니스코칭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거나 집, 커피숍, KTX, 공공장소 등 어디에서든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일하지요. 제가 글을 쓴다면 ‘어디서든 일하기’ 또는 장소에 상관없이 일하기’가 될까요?

    • 🙂 종종 집에 있으면 지루한 감이 있는데 더 재미있게 일하시는군요.
      그렇게 사람이 그리울때가 있다는게 집에서 일하는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24. 정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학생입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2014년 1월부터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라 논문에 필요한 실험은 서버에 접속해 할 수 있으므로
    집에서 일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제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면서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런데 이 글을 읽어보니, 저처럼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힘이 나네요..
    앞으로는 당당하게 집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루할 때는 장소를 옮겨가면서 이 자유로운
    생활을 즐겨야겠네요….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취업하면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없을 테니까요..

    좋을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평생 이런식으로 일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 어릴때라도 아빠가 자기들과 생활했다는 기억을 심어준다면 그걸로 성공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박사과정 마친지 이제 4년 넘어가는데, 그때 지도교수가 “지금이 힘들어도 졸업하면 계속 생각날거야..” 라던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나네요. 박사과정 힘들지만 아마 오래 오래 기억에 남으실겁니다..

    • 엄청 늦게나마 답글을 답니다. 전 업무 로드가 많아지면 주로 밤에 일을합니다.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해서 저녁에 밥먹고 쉬다가 거의 아침까지 쭈욱 프로그래밍 할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애들이 집에있을땐 자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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