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How-Why-Why not?

출근했는데 마땅히 급한 일이 없으니 한번 짧게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요즘 Steven Levy 가 지은 구글에 대한 책 [1] 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구글은 미디어에서 잘 묘사하듯이 너드, 오탁후, 해커들이 모여 만든 대형 AI (인공지능) 공장이다. Levy는 책에서 이런 구글의 문화는 독종 오탁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받았던 몬테소리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한다(몬테소리 원장님들이 들으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갈 듯). 즉, “그건 왜 안되는데?” 를 가르치는 교육이 일찌기 두 창업자 뇌를 프로그래밍 했다는 이야기다. 30분 걸어가야 유치원 한군데 있는, 00리 출신인 나로선 그런 교육을 못받은게 억울할 뿐이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난 자연이 프로그래밍 했다. 자랑스러워 하자). 한번 교육의 네 단계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What
중,고등학교에서 늘 하는 짓, 지식의 결과물을 듣고 암기하는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서 랜덤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적어보면:

  • 삼국사기 김부식, 삼국유사 일연. 김부식 나쁜놈
  •  
  • ATM의 셀은 53 바이트 (아 이건 그만 잊고싶다…ㅠㅠ)

How
대학교와서 What과 더불어 배우는 것들이다. xx 기술은 어떻게 구현되었는가? CPU는 디지털회로 땜질을 해보면서, C 언어는 컨텍스트 프리 그래머를 떠올리면서, SW디자인은 폭포와 달팽이를 손으로 따라 그려보면서 배웠다.

Why
여기서부터는 대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인데, 누가, 왜  그 시대에 그 지식 혹은 기술을 만들어야 했는가? 미국에 와서 1년후 치른 공포의 박사시험 (Qual)에서 받은 이론 점수는 0 점이었다. 지도 교수는 미 동부 특유의 깐깐하고 엄숙한 사람인데, 그 점수가 매겨진 시험지를 앞에 놓고 약 1분간 침묵하며 날 바라보았다. 그 깊고 그윽한 눈길에서 난생 처음 공포를 느꼈다. 집에 돌아가 위로하는 아내를 거실에 두고 혼자 침대에 누워 다시 눈뜨지 않았으면 생각했다.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힘을 얻은건 지난번 소개처럼 Martin Davis의 The Universal Computer를 읽고 나서다. 라이프니츠와 튜링이 왜 그리 Dream Machine 문제에 집착했는지를 알고 난 후, 그제서야 나도 문제 자체의 매력을 알게 됐다. 간신히 Why의 단계로 들어간 거다. How 과정에서 좌절하고 힘들때 Why는 신념을 갖고 문제에 도전하게 한다. 이런 동기부여를 주지 않은 예전 대학이 미웠다.

Why not?
요즘 정말 들어가고 싶은 단계는 “Why not?” 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왜 안되는데?”, “난 회사를 시작하면 왜 안되는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Why 를 찾아냈다면, 그럼 미래를 만들어내려면 Why not? 을 외쳐야 한다. 그런데 참 어렵다. 래리와 세르게이가 받았던 그런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가? 공포로 받은 상처들이 아직 아물지 않아 그런가? 은행 잔고를 보면 한숨쉬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그런가?

어쩌면 평생 Why not?의 단계에 못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Why 단계에 머무르기만 해도 아마 중산층으로, 좋은 남편과 아빠로, 혹 학교에 가게 된다면 좋은 선생이 될 수 있겠지. 근데….10년전 집을 나와 살던 벤처회사의 서버실 뒷 공간, 거기 깔아 놓은 매트에 누워서 듣던 팬(fan) 소리, 서너시간 자면서도 알고리즘이 떠오르면 일어나 메모지에 적어놓던 날. 아주 잠시였고, 실패했지만 Why not? 을 시도해봤던 그때가 계속 생각난다. 돌아가고 싶다.

– 박상민 http://twitter.com/#!/sm_park

[1]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by Steven Levy
[2]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아버지 (https://sangminpark.wordpress.com/2011/08/30/)

12 thoughts on “What-How-Why-Why not?

  1. 공감 !00%.
    참 그렇군요. “왜”, 목표? 목적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틀과 궤도로만
    빨리 달려오다 보니 지금처럼 궤도 이탈된 상태에선 어디로, 왜 가야할지 몰라 힘들군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2. 저 역시 Why가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과 문화가 Why를 등한시해왔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80년대 교실을 떠올려 보면 일방통행식 수업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진도 빼고 학력고사 준비하기 바빴던… 그런 속도전 말이죠.

    그나마 수학은 혼자 공부하며 Why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해방구였습니다.

    SW로 먹고 사는 지금, Why를 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자 내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자각하며 삽니다.

    그게 공부하는 원동력인거 같구요.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민이 많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는군요^_^

    ‘내가 왜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혹은 ‘왜 이 일이 이러한 식으로 처리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질문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겠네요. 저를 성장하게 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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